54억, 누가 오버페이라고 그랬나… 대놓고 드러나는 공헌도, 한화 역사상 최고 포수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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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투수들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푸근한 포수가 됐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어린 시절 잠깐 봤다가,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포수가 된 최재훈(36·한화)을 다시 만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재훈을 “어린 시절부터 워낙 성실했던 선수”로 기억하는 김 감독은 올 시즌 팀 마운드의 호조를 이야기할 때 항상 최재훈과 포수진의 안정적인 리더십을 빼놓지 않는다. 경험 많은 포수들이 비교적 어린 투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는 호평이다.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뽑히는 코디 폰세(31) 또한 매 경기 호투할 때마다 최재훈의 공을 잊지 않는다. 한 두 번은 이른바 ‘립서비스’로 이야기할 만한데, 매 경기 그러는 것을 보면 폰세도 최재훈의 포수 리드에 감명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KBO리그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볼 배합 등을 상당 부분 포수에 의지해야 하는 폰세는 최재훈의 다양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호투를 이어 가고 있다.
사실 최재훈이 지금껏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선수는 아닐지도 모른다. 2008년 두산 육성 선수로 프로에 발을 내딛은 최재훈은 2012년에야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양의지의 ‘백업 포수’ 이미지가 강했다. 2017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후 주전으로 발돋움했지만, ‘리그 정상급’의 타이틀과는 거리가 있었다. 모두가 양의지와 강민호, 혹은 다른 포수들을 ‘최고’로 논할 때 최재훈은 그 논의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한화로 트레이드되며 전화위복이 되는 듯했고, 2022년 시즌을 앞두고 5년 총액 54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기도 했으나 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오버페이’ 논란이 끊이지 않기도 했다. 뭔가 리그 특급 포수들과 비교하면 공격이나 수비에서 특별한 것이 없는 느낌인데, 총액 50억 원이라는 상징적 거금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계약을 의심하는 자는 없다. 오히려 리그 포수 순위를 논할 때 과소평가됐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성실하게 노력했고, 꾸준하게 활약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뿜는 명품과 같은 존재다. 올해 한화의 상승세에 대한 분석은, 최재훈 없이는 시작할 수도 없고 끝을 맺을 수도 없다. 그만큼 거대한 존재감이다.
최재훈은 18일까지 시즌 36경기에서 타율 0.308, 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1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재훈은 통산 타율(.259)보다 통산 출루율(.365)이 1할 이상 높은 전형적인 출루율 위주의 타자다. 장타는 많지 않지만 올해 그런 가치가 극대화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최재훈은 올해 95타석에서 출루율 0.467을 기록 중이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여기에 꼭 필요할 때 팀의 물꼬를 터주는 안타를 치는 등 순도 또한 대단히 높다.
18일 대전 SSG전에서도 비록 팀이 지기는 했지만 1타수 1안타에 희생번트까지 성공시키는 등 감초의 몫을 해냈다. 첫 타석에서는 2루 방면의 땅볼을 치고 혼신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런 활약으로 시간이 흐르면 한화 구단의 포수 계보를 잇는 선수가 될 것이 확실하다. 전신인 빙그레 시절까지 다 합쳐 구단 역사상 최고 포수는 유승안이라고 말하는 올드팬들이 많다. 당대의 공격형 포수 중 하나였던 유승안은 1986년 빙그레로 이적해 네 차례나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등 맹활약했다. 다만 빙그레에서 뛴 시즌은 6시즌으로 그렇게 길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오히려 그 뒤를 이은 김상국이 1986년부터 1995년까지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해 누적 팀 공헌도는 더 높다는 시선도 있다. 이후 여러 포수들이 한화 안방을 거쳐 갔지만 꾸준함과 임팩트를 모두 잡은 포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최재훈도 두산에서 데뷔했지만 2017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 한화 유니폼을 입으며 한화 색이 더 짙은 선수가 됐고, 여기에 앞으로 계약도 남아 있어 더 오래 팀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쌓은 공헌도도 만만치 않고, 앞으로 쌓을 공헌도도 있기에 추후 한화 유니폼을 벗는 날에는 구단 역사상 가장 꾸준히 공헌한 최고 포수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트레이드 당시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어느덧 그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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