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원하면, 김도영은 간다… 이범호는 ‘유격수’로 부를까, 다시 시작된 '유도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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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도영(22·KIA)은 고교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렸다. 호쾌한 타격과 폭발적인 주력을 갖춘 ‘유격수’라는 것을 별명이 모두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이후로 포지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입단 당시 KIA의 주전 유격수는 박찬호였다. 2021년까지만 해도 박찬호는 수비력과 주력은 인정을 받고 있었으나 공격력에서는 리그 평균을 한참 하회하던 선수였다. 2020년 141경기에서 타율 0.223, 2021년은 131경기에서 타율 0.246에 그쳤다. 뛰어난 공격 잠재력을 가진 김도영이 들어왔으니 이 선수를 ‘유격수’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는 자주 돌아가지 않았다.
입단 첫 해 팀의 확고한 주전이라기보다는 백업 쪽에 조금 더 가까웠던 김도영은 선발과 교체 포함해 3루에서 69경기, 유격수에서 28경기에 각각 나갔다. 유격수에서 160⅔이닝을 뛰었다. 아주 좋은 어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신인 시즌에서도 잘 드러났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수비 자체가 쏠쏠함을 증명해 기대감이 컸다.
다만 2023년부터 박찬호의 공격 성적이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고, 김도영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유격수 테스트는 의미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 결과 2024년에는 유격수 박찬호-3루수 김도영의 구도가 굳어졌다. 박찬호가 3할 유격수로 발돋움했고, 김도영이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3루에서 대폭발하자 굳이 유격수로 이동할 이유는 없었다. 나중을 위한 과제로 남겨두는 양상이었다.
김도영은 2025년에도 3루에서 뛰었고, 부상 때문에 유격수 테스트는커녕 시즌 144경기 중 30경기에 나가는 데 그쳤다. 자연히 ‘유도영’(유격수 김도영)의 이야기도 사라졌다. 그런데 이 해묵은 논쟁이 다시 점화될 분위기다. 박찬호가 팀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5년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최근 몇몇 팀의 관심을 받은 끝에 두산과 협상 테이블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은 4년 총액 80억 원 수준의 금액을 제시해 우선 협상권을 얻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으나 하이재킹 가능성이나 판이 엎어질 가능성 자체는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IA도 박찬호 전쟁에서 철수한 채 나머지 오프시즌의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기존 백업 선수들에 경쟁을 붙여 내부에서 승격하는 방법이 있고, 아시아쿼터 선수로 유격수를 채우는 방법도 있다. 다만 내부 자원들은 유격수는커녕 다른 포지션에서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다. 잘 크면 돈도 아끼고 세대교체도 진행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완성되겠지만 상당한 시행착오, 최악의 경우는 ‘돌려막기’에 급급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내년 목표가 우승 재도전인 KIA로서는 변수는 최소화해야 한다.
아시아쿼터도 생각할 수 있지만 공·수를 다 갖춘 선수를 20만 달러 아래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수비가 좋은 선수들은 일본에서 구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공격력까지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짚었다. KIA는 현재 마운드 사정도 급한 상황이고, 꽤 좋은 투수 리스트를 확보한 만큼 과감히 유격수를 뽑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결국 다시 ‘유도영’ 논쟁의 시간이 열릴 전망이다. 김도영은 포지션에 대해 평소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생각을 밝혀왔다. 자신이 특정 포지션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팀 생각에 맞춰 자신은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내가 ‘꼭 유격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도려 말하면, 팀이 유격수를 시키면 군말 없이 유격수에서 준비한다.
구단, 조금 더 면밀하게 말하면 이범호 감독의 의중에 달렸다. 이 감독은 경기 체력이 좋은 박찬호가 유격수를 맡고, 김도영은 수비 부담이 조금 덜한 포지션에서 공격에 집중하는 게 나은 그림이라고 봤다. 실제 3루수와 유격수는 체력 소모 차이가 크다. 3루수는 머리 뒤로 넘어가면 할 게 없지만, 유격수는 전력으로 파울라인까지 뛰어가야 할 일이 생긴다. 중계 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박찬호가 사라졌고, 김도영 유격수 카드도 검토할 단계는 됐다. 굳이 죽은 카드로 취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2025년 세 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을 고려, 적어도 2026년은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하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몸 상태와 팀 전체적인 전력 구조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 스프링캠프 이전에 답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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