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떠난 지금, 이범호 ‘유도영 프로젝트’ 구상 시작했다… ‘제2의 이종범’ 훈장 다시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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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BO리그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유망주인 김도영(23·KIA)은 고교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이종범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김도영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대형 유격수 자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KIA 입단 후 김도영은 유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 즉 3루에서 뛰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신인 시즌이었던 2022년 유격수에서 160⅔이닝을 뛰었지만 3루(407이닝)에서 뛴 시간이 더 많았다. 2023년부터는 3루로 포지션이 고정되기 시작했고, 개인 최고 시즌을 보낸 2024년에도 역시 포지션은 3루수였다. 어느덧 ‘유격수 김도영’의 기억이 잊히고, 3루수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김도영이 유격수에 영 재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나름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선보였고, 강한 어깨는 진짜였다. 하지만 유격수 자리에는 박찬호(31·두산)가 있었다. 박찬호는 원래부터 좋았던 수비와 주력에 공격력까지 올라오기 시작하며 완성형 유격수로 거듭났다. 박찬호가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김도영에게 수비적인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게 이범호 KIA 감독의 생각이었다.
김도영이라는 거대한 재능이 100% 발휘되기 위해서는 유격수로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법 있었지만, 유격수는 체력 소모와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박찬호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이 감독은 김도영의 공격적인 재능을 더 살리기로 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그 박찬호가 팀에 없다. 2025년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두산과 4년 총액 80억 원(보장 78억 원·인센티브 2억 원)에 계약하며 KIA를 떠났다.
박찬호는 근래 들어 쭉 KIA의 주전 유격수였다. 돌려 말하면 KIA는 현재 젊은 유격수 자원 중 풀타임 유격수를 경험한 선수가 없다. 이에 KIA는 고심 끝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아시아쿼터를 유격수에 할애하기로 했다. 호주 출신으로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제러드 데일(26)을 영입해 일단 유격수를 맡길 예정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규성이나 박민을 유격수로 써도 되지만, 이들이 다치면 백업이 마땅치 않다. 시즌이 안 된다”고 데일의 영입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놨다. 올해 김도영을 유격수로 실험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감독은 “(유격수인) 데일이 3루도 되고 2루도 된다. 해 보다가 (김)도영이의 몸 상태가 괜찮고 하면 나중에는 도영이를 유격수를 시켜야 되기 때문에 지금 팀으로 봤을 때는 그 친구(데일)를 3루에 놓고, 도영이도 유격수를 시켜볼 수 있다”면서 “도영이가 거기서 움직임이나 이런 게 조금 힘들다고 싶으면 또 (포지션을) 바꿔주고, 분위기를 보고 또 다시 (유격수를) 해줄 수 있다”고 기본적인 시즌 구상을 설명했다.
일단 유격수·2루수·3루수가 모두 되는 데일이고, 이범호 감독은 데일에 대해 “잘하는 수비”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다. 김도영은 지난해 세 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시즌을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붙박이 유격수를 하는 것보다는, 움직임을 보고 천천히 유격수 실험을 거친다는 계획인 것이다. 데일이 일단 유격수를 보면서 김도영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팀에 최선의 효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라인업을 짠다는 구상이다.
이 감독이 당장 ‘풀타임 유격수 김도영’을 예고한 것은 아닌 만큼, 올해 어느 정도 유격수 출전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김도영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하며 선수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다. 김도영이 이 절차를 무난하게 수행한다면, 향후 주전 유격수를 향한 본격적인 진군이 시작될 수 있다.
비슷한 공격 생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김도영의 가치는 당연히 3루보다는 유격수에서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물론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에서 공격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워낙 괴물 같은 능력을 보여준 선수라 기대가 걸린다. 김도영은 지금까지 포지션은 팀이 정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유격수 김도영’의 재능이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는 시즌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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