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왕과 사는 남자' 캐릭터로 스포일러를 돌파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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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설을 앞둔 4일 개봉하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제작 ㈜온다웍스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사극이 사랑한 비운의 왕 단종을 다룬다. 12살 어린 나이로 왕이 됐지만 삼촌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돼 17살에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은 단종 이홍위의 마지막 시간을 스크린에 옮겼다.
'왕과 사는 남자'는 수없이 리메이크돼 전국민이 일찌감치 스포일러 당한 스토리를 흥미롭게 사용한다. 단종과 한명회, 사극 속 인기스타에 대한 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이미지를 부여해 힘있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새로 등장한 주인공은 버려지다시피 한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엄흥도라는 사내. 영화는 단 몇 줄에 불과한 역사서 속 기록에 주목, 180도 다른 삶을 살다 유배지에서 만난 두 사람의 짧은 동행과 절절한 교감을 담았다.
이야기만큼 흐름도 익숙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만족스럽게 극장문을 나설 순간을 향해 달리는 대중영화다. 웃기는 전반, 울리는 후반의 황금률에 분위기를 전환할 순간들을 가미했다. 오그라드는 무리수도 있지만, 구멍없는 호연이 헐겁거나 과한 순간마저 채워놓는다. 친숙한 설 사극이 오랜만에 나왔다.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이 영월의 촌장 엄흥도를, 아이돌 출신 박지훈이 비운의 왕 단종을 맡았다. 한명회 유지태를 비롯해 궁녀 전미도, 촌장의 아들 김민에 금성대군 이준혁, 이웃 촌장 안재홍, 영월 군수 박지환까지 비중과 상관없이 적재적소에 든든한 배우들을 골라 썼다.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속물과 의인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가뿐히 주무르는 유해진의 촌장 연기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특유의 넉살로 관객을 홀려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마지막까지 몰고 가는 그의 넓은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박지훈은 눈물이 가득 담긴 듯한 슬픈 눈과 처연한 모습 하나로 단종의 처지를 설득시켜 버린다. 이미 '약한 영웅' 시리즈를 통해 배우로서 저력을 드러냈던 터지만 가히 '왕과 사는 남자'의 발견이라 할 만한 존재감이다.
여기에 유지태가 수양대군급 한명회를 그려내며 또 한번 설명이 필요없는 악의 축을 제대로 그려낸다. 이전의 한명회들이 떠오르지 않는 우람한 풍채, 치켜올라간 눈으로 모두를 휘어잡으며 그 역시 대체불가한 캐스팅임을 스스로 입증해낸다.
2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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