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도 위험하다"…中 왕즈이 꺾은 '고춧가루 전문' 19위 도전자, 그랜드슬램 길목에서 '한국전쟁' 성사→韓 배드민턴 대형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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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유쾌한 '집안 싸움'이다. 세계 배드민턴 중심지인 아시아 강국이 총출동한 최고 권위 개인전에서 한국 여자단식 랭킹 1위와 3위가 결승행을 다툰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선 가운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심유진(인천국제공항·19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세영은 10일 중국 닝보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일본의 신예 미야자키 도모카(9위)를 2-0(21-16 21-11)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간이 '43분'에 불과했다. 결과와 내용 모두 안세영 낙승이었다.
다만 1게임 초반은 예상보다 팽팽히 흘렀다.
이번 대회에서 톱10 랭커를 처음 만난 안세영은 1게임 초반 4-7까지 끌려갔다.
흔들리는 듯했지만 곧장 반격에 나섰다.
연속 3득점으로 균형을 맞춘 뒤 9-9에서 다시 두 점을 연달아 따내 주도권을 회복했다.
이후부턴 순조로웠다. 1인자다운 노련한 경기 운영이 일품이었다.
미야자키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드롭샷과 좌우 구석을 찌르는 대각 공격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점수 차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15-12에서 4포인트를 연속으로 쓸어 담아 사실상 승기를 쥐었다.
게임 포인트에 안착한 20-14에서 미야자키 헤어핀이 성공하고 안세영 실책이 겹쳐 4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안세영 대각 공격이 이내 상대 코트에 꽂히면서 결국 1세트를 21-16으로 획득,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는 여유로웠다. 2-2에서 5점을 몰아쳐 미야자키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터벌 이후 미야자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세영의 '강철 체력'은 특유의 거미줄 수비와 더불어 그의 최대 무기 중 하나.
안세영은 스퍼트를 올렸고 좌우 공간을 넓게 쓰는 하프 스매시에 미야자키 발은 좀체 따라붙질 못했다.
11-4부터 두 차례 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지배한 안세영은 끝내 21-10으로 2게임을 거머쥐었다. 대회 4강행을 편안히 확정지었다.
안세영-미야자키전에 이어 열린 경기에선 심유진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일본의 베테랑 오쿠하라 노조미(15위)를 2-0(21-18 21-11)으로 제압하고 2년 연속 아시아선수권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내내 이어온 상승세를 연장했다.
앞서 심유진은 32강전에서 세계 5위 강자 한웨(중국)를 2-1 역전승으로 따돌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16강에서도 한 수 위 기량으로 말레이시아의 카루파테반 렛샤나(37위)를 2-0으로 일축했다.
준준결승에서도 자신보다 세계 랭킹이 높은 백전노장을 넘어서며 아시아선수권 메달권 진입에 성공했다.
물론 4강행 티켓을 손에 쥐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게임 초반부터 치열했다. 심유진이 공세적으로 치고 나가면 오쿠하라가 끈질기게 따라붙는 흐름이 반복됐다.
하나 13-13에서 심유진 언더 클리어가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추는 한국 랭커 쪽으로 서서히 기울었다.
이후 연속 득점과 상대 범실을 묶어 리드를 벌렸고 17-15에서 강력한 대각 스매시 두 방을 꽂아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21-18로 첫 게임 접전을 웃으며 마무리했다.
2게임은 더 인상적이었다. 초반 1-4로 끌려갔다.
하나 오쿠하라 점프 스매시 실책을 기점으로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갔다(2-4). 8-7로 역전한 뒤엔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왔다.
11-8로 인터벌을 맞은 뒤 4연속 득점으로 단숨에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15-8).
이후 큰 위기 없이 2게임을 21-10으로 마감했다. 안세영과 4강 맞대결을 완성시켰다.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지닌 위상은 '지역 대회급'을 넘어선다.
한중일·인도네시아·태국 등 세계 배드민턴 강국이 몰려 있는 아시아 특성상, 사실상 ‘미니 세계선수권대회’로 불린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급 대회로 우승 시 1만2000점의 랭킹 포인트도 거머쥔다. 난이도만 놓고 보면 올림픽 못지않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안세영에게 이 대회는 특별하다. 이미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올림픽 정상을 석권한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미완의 타이틀’이 바로 아시아선수권이다.
2023년 은메달이 이 대회 최고 성적으로 지난해엔 부상으로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올해 닝보에서 우승할 경우 안세영은 모든 메이저 타이틀을 손에 쥐는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동기부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안세영이 건강한 시즌 완주와 더불어 올해 최대 목표로 꼽은 그랜드슬램 길목에서 만난 상대가 바로 심유진이다.
상대 전적에선 안세영이 앞선다. 5승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안세영이 두세 수 위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심유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강자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올라섰다. 한웨라는 세계 톱5 랭커를 꺾었고 지난해에도 왕즈이(중국·2위)를 잡아내 개최국 중국 코트를 얼어붙게 한 경험이 있다. 흐름을 타면 누구든 흔들 수 있는 선수다.
올해 아시아선수권 4강전은 역사를 완성하려는 세계 1위 최강자와 대업을 흔들려는 상승 가도의 19위 도전자 간 만남이다. 안세영 낭보에만 화제성이 몰려 있던 한국 배드민턴계에 흥미롭고 굵직한 관전포인트가 하나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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