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 6번 조정에 '희생번트' 지시까지… 김경문 독하게 움직였는데, 노시환은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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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사실 모든 감독들이 마찬가지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도 고정된 라인업을 선호한다. 한화는 10일까지 시즌 11경기에서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4개의 라인업만 썼고, 그마저도 문현빈 심우준의 가벼운 부상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사실상 고정 라인업이었다.
그 김 감독의 라인업 구상에 부동의 4번 타자는 노시환(26)이다. 지난해에도 꾸준히 4번 타순을 지켰다. 부상도 없었던 선수라 한화의 라인업 오더에 노시환을 4번에 써놓고 시작하면 99%는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시즌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노시환을 꾸준히 4번 타자로 출전시키며 믿음을 드러냈다.
노시환이 4번 타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선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3년간 모두 20홈런 이상을 때렸고, 그중 두 번은 30홈런 이상 시즌이었다. 그러나 선수가 계속 잘할 수는 없고, 슬럼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타순을 조금 조정하는 게 낫다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4번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144경기 중 140경기에서 노시환은 4번 타순으로 나갔다.
그런데 11일 대전 KIA전에서 노시환은 4번 타자가 아닌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노시환은 10일까지 시즌 11경기에서 타율 0.167, 0홈런,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447이라는 부진에 빠져 있었다. 부진이 계속되자, 김 감독도 한 번은 변화를 줄 때라고 봤다. 강백호와 채은성의 타순을 하나씩 올리고, 노시환을 6번으로 내렸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안 바꾸는 게 좋은데 한번 바꿔야겠더라“면서 기분 전환과 부담감을 내려놓는 효과가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다. 노시환에 대한 믿음은 확실하게 전달하면서, 부담감은 줄여준 것이다.
다만 팀 승리를 위해 냉정하게 움직일 때는 움직였다. 팀이 3-0으로 앞선 4회가 그랬다. 한화는 선두 강백호가 중전 안타, 이어 채은성도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노시환에게 기회가 걸렸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에 그치기는 했지만 타구 속도 174.7㎞(트랙맨 기준)로 잘 맞은 타구였다. 중견수 정면으로 가며 운이 없었다. 3점 리드 상황이고, 아직 경기 초·중반이라 무조건 1점을 짜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평소 김 감독이었다면 노시환에게 그냥 강공 사인을 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한 것인지 시작부터 번트 사인이 나왔다. 3루 코치에게 사인을 받은 노시환은 곧바로 방망이를 내렸고, 침착하게 번트를 성공시켰다. 한화 더그아웃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실 희생번트가 익숙한 선수는 아니라 부담이 됐을 법했는데 작전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감독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노시환이 부담을 덜고 타격이 최대한 빨리 살아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의 승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시환의 최근 타격감과 상황을 종합해 희생번트를 주문했을 것이다. 믿음과, 냉정 사이의 어딘가에 있었던 김 감독이었다.
다만 이날도 시원한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6회에는 삼진으로 물러났고, 4-6으로 뒤진 8회 1사 1,2루 추격 기회에서는 성영탁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3루수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날 경기에서 상당히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167에서 0.157로 더 떨어졌다. 한화도 4-1로 앞선 8회 필승조가 대거 5실점을 한 끝에 5-6으로 져 두 배의 씁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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