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얼마나 분했으면 지구 폭행까지… 안 풀렸던 친정 나들이, 사령탑 걱정 현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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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년 총액 80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박찬호(31)는 1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광주 시내 떡집을 수소문해 총 1200세트의 떡을 준비했다. 선수 개인이 준비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의 지명을 받고 지난해까지 KIA에서만 뛴 박찬호는 ‘친정 나들이’를 앞두고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오래 고민을 하다가 떡 1200세트를 주문했다. 옛 동료들, KIA 프런트들과 관계자들 정도만 챙긴다면 이 정도 규모의 주문을 넣을 일은 없었다. 박찬호는 KIA 팬들에게도 선물을 하고 싶었고, 경기 전 KIA의 협조를 얻어 팬들에게도 선착순으로 떡을 나눠줬다.
떡 포장에는 “함께여서 행복했고 감사합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찬호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지금은 소속팀이 달라졌지만, KIA에서 성장하고 KIA에서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발돋움했으며, 그 결과 거액의 FA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성원해 준 팬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첫 타석에 들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박찬호를 향해 KIA 팬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다.
올 시즌 KIA를 처음 상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광주에 돌아온 만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의식이 독이 될 때가 있다. 12일 첫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첫 타석부터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 있었다. 첫 타석은 힘 없는 중견수 뜬공에 그쳤고, 이후 삼진 하나와 내야 땅볼 두 개를 기록했다. 표정에서부터 뭔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첫 경기에서 경기가 무난하게 풀렸다면 부담을 덜고 아무렇지 않게 경기에 임했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13일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첫 타석에서 3루수 파울플라이, 두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 세 번째 타석에서는 투수 땅볼에 그쳤다. 세 타석 모두 공을 외야로 보내지 못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박찬호의 타순을 9번까지 내려줬다. 김 감독은 “최근 조금 안 맞는다”면서 “뭔가를 막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선수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 더 나무라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은 두산 코칭스태프에서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14일 경기에서도 안타는 없었다. 유격수 땅볼, 삼진, 1루수 뜬공을 기록했다. 역시나 외야로 타구를 보내지 못하고 타구가 내야에 갇혔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3-4로 뒤진 9회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으나 역시 삼진에 머물렀다. 박찬호의 광주 첫 원정은 그렇게 합계 10타수 무안타로 끝났다. 한 번도 출루를 하지 못하면서 시즌 성적에서도 굉장히 손해를 많이 봤다. 광주에 오기 전 0.279였던 타율은 0.258까지 떨어졌다. 4월 7일 이후 최저치다.
수비에서도 분함을 표현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팀이 3-5로 뒤진 8회였다. 선두 김태군의 타구가 내야를 살짝 건너 내야수와 외야수들 사이에 떴다. 좌익수와 중견수가 잡기는 어려웠던 가운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박찬호였다. 모자가 벗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면서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끝까지 쫓았다. 그리고 마지막 낙구 지점까지 따라갔다.
챔피언스필드에 모인 KIA 팬들은 묘한 감정을 느낄 법도 했다. 박찬호가 KIA 시절 이런 타구를 환상적인 감각의 캐치로 처리한 적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타구가 박찬호의 글러브를 맞고 튀어 나와 안타가 됐다. 분했는지 박찬호는 오른 주먹으로 그라운드를 세게 때렸다. 전체적으로 3연전이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친 안타까움이 묻어 나왔다. 부상 위험이 있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만한 대목도 있었다.
KIA가 특별한 박찬호 공략 비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창 좋았던 공수에서의 감이 광주 원정 전부터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하체의 체력적 부담도 조금은 쌓여 있던 상황이었다. 하필 그 시점에 KIA와 광주라는 단어가 겹쳤다. 이전에는 공·수 모두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해 “투자 금액이 아깝지 않다”는 호평을 받고 있기도 했고, 조금 부진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나 밥값을 해주는 선수가 바로 박찬호이기도 하다. 뭔가 감정적인 부담을 던 다음 시리즈부터는 정상적인 활약을 해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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