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체육기금 4,043억원 문화·관광·영화 전출…체육 재정은 정말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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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체육 재정은 정말 부족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돈이 없느냐’보다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에 가깝다. 현재의 재정 구조를 보면 체육을 위해 조성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정작 체육 현장보다 문화·관광·영화 등 다른 분야를 떠받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예산 단계에서 체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체육기금은 타 기금으로 전출된다. 남은 자금은 예탁과 투자 형태로 분산 운용된다. 결국 핵심은 단순한 재정 부족이 아니라, 체육에 쓰여야 할 돈이 체육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2026년 추가경정예산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정부안에서 체육 분야 예산 945억 원은 전액 빠졌다. 이후 일부 조정을 거쳐 유소년 스포츠 프로그램 95억 원, 스포츠 활동 인센티브 40억 원, 장애인 스포츠 강좌 지원 62.1억 원 등이 반영됐지만 규모는 약 232억 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관광 분야에 2,601억 원, 문화예술에 787억 원, 영화에 655억 원 등 타 분야에는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체육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철저히 밀려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만이 아니다. 체육에는 별도의 재정 축인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존재한다. 이 기금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조성된 목적형 기금이다. 생활체육, 전문체육, 스포츠산업, 장애인 체육 등 국가 체육 시스템 전반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재원이다. 체육시설 설치와 운영, 선수·지도자 육성, 종목단체 지원, 취약계층 체육활동 보장까지 사실상 대한민국 체육 정책 전체를 떠받친다. 말 그대로 '체육에 쓰라고 만든 돈'이다.
실제 한국 체육 재정에서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은 1989년 설립 이후 누적 약 19조 원 규모의 기금을 체육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25년 정부 체육 예산 1조 6,739억 원 가운데 1조 6,387억 원, 비율로는 97.9%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통해 집행됐다. 사실상 한국 체육 재정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그런데 정작 이 돈의 흐름은 체육 현장보다 다른 분야로 향하고 있다. 2026년 기준 관광진흥개발기금 1,014억 1,000만 원, 문화예술진흥기금 1623억 1,500만 원, 영화발전기금 1405억 9,000만 원 등 총 4043억 1,500만 원이 체육기금에서 타 분야로 전출됐다. 당초 2026년 예정된 전출 규모인 2,050억 원에서 추경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 체육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체육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훨씬 많은 구조다.
이 흐름은 일회성이 아니다. 1994년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제도 도입 이후 체육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이동한 누적 규모는 약 1조 2,8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약 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해당 계정으로 예탁된다. 체육을 위해 조성된 재원이 장기간 국가 재정 운용의 일부로 활용돼 왔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문화·예술·영화·관광 분야로 전출된 기금 규모만 약 1조 3680억 원을 넘어선다.
기금은 또 다른 경로로도 분산된다.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 이외에 일부 자금은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자산운용사에 맡겨져 투자 형태로 운용된다. 여기에 타 기금 전출까지 더해진다. 체육기금은 직접 사용뿐 아니라 투자, 예탁, 전출이라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분산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회수 이후 흐름이다.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외부 금융계정에 맡겨졌던 비통화금융기관 예치금 1,303억 원이 회수됐다. 하지만 이 자금 역시 체육 현장으로 집중 투입되기보다 타 분야 재원으로 활용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묶여 있을 때도 체육이 아니고, 다시 꺼냈을 때도 체육으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소외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목단체 재정난을 단순히 ‘돈이 없어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표 사례인 양궁은 현대자동차의 연간 약 50억 원 지원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주요 종목 50개에 동일 수준의 지원을 적용하더라도 약 2,500억 원이면 가능하다. 현재 체육기금에서 타 분야로 전출되는 연간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문제는 재원 부족이 아니라 우선순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규모를 줄이고 체육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구조적 변화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관광 등 다른 분야 재정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체육기금 의존 구조는 더 강해지는 흐름이다.
체육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국민 건강과 의료비 절감, 지역경제와 스포츠 산업까지 연결되는 핵심 공공재다. 그럼에도 현재 구조는 체육에 쓰라고 만든 돈이 정작 체육보다 다른 분야에 더 많이 쓰이도록 방치하고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다. 체육기금이 문화·관광·영화 분야를 떠받치는 현재 구조를 재정비하는 일이다. 체육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 다시 체육 현장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 그 기본을 회복하는 데서 해법은 시작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체육에 쓰라고 만든 돈이 실제로 체육에 쓰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인식이 아니라, 이미 공개된 숫자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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