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후크, 이해는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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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자체의 전력이 약한 팀이라도 먼저 포기하고 시즌을 치른다면 이는 프로로서 자격이 없다. 그만큼 약체, 하위권으로 분류된 모든 팀은 가진 전력 그 이상의 성적을 위해 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중 하나가 '계투 당겨쓰기'. 12일까지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17번의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 6이닝 미만 강판)를 기록했으며 선발투수 7인의 퀵후크 비율은 50%(34경기/17회)로 굉장히 높다.
퀵후크 2위는 15회의 SK 와이번스. SK는 32경기 중 15번의 퀵후크로 46.9%의 비율을 차지했다. 신생팀 kt 위즈도 퀵후크 비율이 높다. 지난 1일 롯데로 트레이드 된 우완 박세웅까지 포함해 7명의 선발 투수를 내보낸 kt도 퀵후크 14회에 비율은 40%(35경기/14회). 가장 퀵후크가 많은 한화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단 5회로 최하위이며 SK는 팀 퀄리티스타트 9회로 8위. kt는 8번의 퀄리티스타트로 9위다.
자책점과 관계없이 선발 투수가 초반 실점했을 때 한 박자 빨리 빼거나 선발로서 6이닝 이상에 해당하는 한계 투구수가 갖춰지지 않아 일찍 강판시키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 바로 퀵후크다. 한화 안영명의 경우는 선발보다 계투에 알맞은 캠프 훈련을 치렀던 터라 호투하고 일찍 내려간 감이 크며 이는 kt 좌완 정대현도 마찬가지다.
또한 4월16일 넥센전에서 박병호의 타구에 발목 부상을 당한 SK 승리 요정 트래비스 밴와트의 경우는 1이닝 만에 무실점 강판한 돌발 변수 경기도 퀵후크로 포함되었다.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2이닝 1실점 후 물러난 안영명의 경기도 퀵후크로 간주된다. 따라서 단순히 기록만 보고 퀵후크가 모두 '감독의 조바심이 부른 계투 과부하의 원인'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문제는 애초 개막 전부터 선발로 생각했던 선수가 경기를 만들어가지 못했을 때 와르르 무너지기 전 감독과 코칭스태프 판단에 따라 일찍 내려보낼 경우다. 이 과정에서 각 팀의 주축 릴리프들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나와 자기 공을 던진다. 이런 경기가 연투로 이어지고 많아질 경우 결국 투수의 팔 이상 증세로도 나타날 수 있다. 한 수도권 구단 감독 출신 야구인은 시즌 초반부터 퀵후크 현상이 자주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팀 상황에 따라서 투수를 당겨 쓰는 전략이 알맞은 팀도 있다. 현재 퀵후크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한화와 kt를 보자. kt는 신생팀인 만큼 기존 팀들에 비해 경험 갖춘 투수들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고 한화의 경우는 캠프에서 기대를 모았던 선발투수들의 준비가 제대로 안 갖춰진 것이 이러한 현상으로 나온다고 보면 되겠다. 단기전이나 시즌의 분수령이라면 이 승부수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데 시즌 초반부터 전력을 쏟아붓게 될 경우 투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뒤이어 이 야구인은 “현재 판도에서 삼성과 SK, 두산, 넥센, NC는 100%의 힘을 쓰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력이 있는 팀인 만큼 장기 레이스 중후반부가 되었을 때 전력을 다하겠다는 전략으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5팀은 시즌 전 상위권 못해도 중위권에는 위치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팀들이다. 반면 현재 한화와 kt, 그리고 KIA(퀵후크 9회, 비율 26.5%)의 경우는 시즌 전부터 약세가 점쳐졌던 팀이다. 그러나 예상 판도 하위권이라고 시즌 개막 후 손 놓고 있으면 이는 팬들에 대한 모독 아닌가. 그러다 보니 좀 더 일찍 승부수를 띄우려고 꺼낸 퀵후크 전략이 시즌 초반 자주 나온다고 보시면 되겠다”라고 밝혔다.
퀵후크 상위 세 팀 중 SK는 릴리프 1명이 3일 연속으로 투구한 경우가 전유수(5월8일~10일 문학 삼성전) 단 한 차례 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편이다. 반면 퀵후크 최다 팀 한화 릴리프가 3연투한 경우는 권혁 2회, 안영명 1회, 송창식 1회, 박정진 2회, 정대훈 2회, 김기현 2회 총 10번의 전례가 있었다. kt는 심재민, 고영표, 이창재가 각 한 번 씩 3연투를 경험했다. 3연투가 많았다는 것은 팀 1군 내 계투 요원의 가용폭이 그만큼 좁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자칫 시즌 중후반 계투진 과부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퀵후크 전략을 이해하지만 사실 반환점을 돌기 전까지는 삼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야구인의 답변이 이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지도력도 뛰어나시고 지론도 확실하신 분이다. 그리고 시즌 초반 부상으로 내려갔던 마무리 윤규진 등이 복귀하면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부상자가 돌아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100%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부상자의 귀환에서 보장된 것은 사실 없다. 부상자가 돌아왔는데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후약방문'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발 투수가 기본적으로 경기를 잘 만들어 가는 동시에 시즌 승부처에서 제대로 패를 꺼내기 위해 현 시점에서 쓸 수 있는 불펜 요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과부하로 투수의 팔이 잘못된다면 그 선수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이후로도 잦은 연투로 인해 부상과 수술, 재활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전문 계투나 마무리 투수도 많다. 2000년대 들어서 큰 부상 없이 계투로 꾸준히 활약한 예는 조웅천 현 SK 코치 정도 밖에 없다. 2000년대 후반과 2011년까지 SK 왕조 주축 좌완으로 분투하고 헌신했던 전병두는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 후 재기를 위해 아직 재활과 ITP(Interval Throwing Program)에 매달리고 있다.
“퀵후크 같은 투수 당겨 쓰기 전략은 그 기준을 어디에 잡느냐 여부도 중요하다. 팀인가, 성적인가. 아니면 선수의 미래인가. 퀵후크 전략을 쓰는 이유는 이해한다. 프로로서 이기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전략을 남발할 경우 선수의 미래가 코칭스태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험해질 수 있다. 권혁이 하루 이틀 야구하고 그만 둘 선수인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은 공으로 팀과 리그에 공헌해야 할 선수다. 퀵후크는 때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책략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무조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탓할 수는 없다. 승리 추구는 프로의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은 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몇 투수가 고생을 무릅쓰고 뛴다는 점. 기본적으로 선발 보직의 선수들과 배후 투수들도 자신의 현재 활약상에 대해 냉정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진1] 권혁-김성근 감독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사진2] 박정진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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