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강화도(인천), 박현철 기자]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KBO리그에서 가장 잘 생긴 선수로 언급되는 이는 누가 있을까. 투수 쪽으로 보면 심수창(롯데)과 함께 바로 이 선수가 첫 손에 꼽힌다. 바로 SK 와이번스 사이드암 이한진(32). 인천고-건국대를 거쳐 2006년 2차 10라운드(2002년 지명)로 SK 유니폼을 입은 우완 투수다. 2007~2008시즌 계투 추격조 등으로 나서며 팀 우승에도 힘을 보탰던 이한진. 그러나 희귀병과 병역 의무 이행으로 인해 이후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인터뷰에 앞서 이한진에 대해 관계자들과 선수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사람들은 “그 정도로 잘 생겼으면 성격이 약간 모나도 될 텐데”라는 농담과 함께 “정말 착한 선수다. 단순히 착한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착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을까' 싶다”라며 인간성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SK 재임 시절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선수다. 볼 때마다 안타깝고 또 고마운 선수”라며 이한진을 칭찬한 바 있다.

지난 17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SK 퓨처스파크에서 이한진을 만났다. LG와의 퓨처스리그 경기 전 이한진은 불펜 투구로 다음 등판을 위한 감을 잡는 중이었다. 현재 이한진은 SK 퓨처스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맡고 있다. 18일까지의 성적은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6.32로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글의 후반부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1군에서 선발로 뛰기 위해 준비한다기보다 지금은 '5이닝 선발'로 뛴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1군에 오르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팀에서 롱릴리프 역할을 할 수 있는 몸과 공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초년병 시절에는 박경완(현 퓨처스 총괄팀장) 선배의 리드에 따라서, 그리고 선배님들과 코칭스태프 지시에 따라서 팀이 뭉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했다면 지금은 후배들의 선배 입장에서 책임감을 갖고 야구를 하고 있어요.”

데뷔 첫 세 시즌 동안 1군 64경기에 나섰던 이한진은 2009시즌부터 1군 출장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병역 의무 이행도 이유가 있었으나 '레이노 증후군'으로 인해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른손 손가락 부위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과거 LG의 에이스였던 이상훈(현 두산 퓨처스 투수코치)이 앓았던 혈행장애와 흡사한 질병이다. 다행히 지금은 다 나아진 상태다.

“지금은 다 나아졌고요. 괜찮습니다. 김성근 감독님께서 이전에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전력투구를 하라'라는 말씀이요. 이른 시기에 공을 놓으면 야구선수로서 후회할 테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하셨고 그래서 지금도 그 말씀 잊지 않고 야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1군에 올라 한화와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감독님을 뵙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190cm의 큰 신장이지만 오버스로가 아닌 사이드스로 투수인 이한진. 그만큼 그 투구폼이 이한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제격이라는 의미다. 잠수함 투수가 그렇듯 이한진 또한 땅볼 유도에 적합한 싱커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다. 그러나 지금은 싱커 등 범타 유도형 구종에 의존하는 사이드암이 아닌 팔색조로의 변신을 꾀한다. 롱릴리프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 커브, 체인지업 등 완급 조절형 변화구도 확실히 익히기 위한 것. 수비 의존이 높은 싱커에 기대지 않고 익숙지 않았던 구종도 골고루 던지다보니 시행착오로 인해 실점도 의도치 않게 많아졌다. 이한진의 퓨처스리그 초반 평균자책점이 높은 이유다.

“좌우 어느 타자가 나오더라도 70~80% 가량의 타자로부터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은 제가 그동안 잘 안 던지던 구종을 실전에서 쓰기 위해 연마하고 또 실험하고 있습니다. 연습 때는 누구나 다 되지요. 그러나 투수는 경기를 위해 공을 던지는 투수니까요.”

“실전에서 써 먹어야 하는 만큼 주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커브와 체인지업, 완급조절형 변화구도 자주 던지고 있어요. 그만큼 조웅천 코치, 제춘모 코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우람이의 체인지업 구사 방법도 많이 배웠어요. 제 스승 중 한 명이 우람이입니다.”(웃음)

어느덧 30대 투수가 되었으나 재능과 잘 생긴 외모를 앞세운 스타성. 게다가 팬들이 잘 모르는 대단한 성실성까지 갖춘 투수가 바로 이한진이다. 선수에게 언젠가 찾아올 은퇴의 순간. 이한진에게 '훗날 은퇴할 때 팬들에게 어떤 투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요즘은 팬들께서 선수 이름을 새긴 저지를 입고 오시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 선수들이 부러웠어요. 저도 제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구장을 찾는 팬들이 있었으면. 그리고 앞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그런 팬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단한 노력을 쏟는 이는 언젠가 그 빛을 발한다. 그래서 이한진의 '진짜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1,2] 이한진 ⓒ SPOTV NEWS 강화도(인천), 한희재 기자

[영상] 이한진 '낯선 변화구 연마 중' ⓒ SPOTV NEWS 영상편집 배정호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