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청주, 김건일 기자] 야구에서 지고 있을 때 등판하는 투수들에게는 대개 '추격조'라는 수식어가 붙여진다. 이전에는 '패전조'라고 불렸다. 글자 그대로 이들은 점수 차이가 벌어져서 경기가 어려웠을 때 남은 이닝을 책임졌다. 따라서 중간 투수로 뛰고도 세이브는 물론이고 홀드도 챙기기 어려웠다. 팀이 경기를 뒤집었을 때 희박한 확률로 승리를 올릴 뿐이었다.
2007년 신인 2차드래프트 7라운드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동걸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2승 1패 홀드 1개가 전부였다. 89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1군 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1군에서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야 출전 기회를 받았다. 2014년 한화를 옮겨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시즌엔 다르다. 이동걸은 27일 청주야구장에서 치른 kt와 경기에서 4-1로 앞선 6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4-1 승리와 2연패 탈출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홀드를 선수 경력에 새겼다.
이동걸은 "마지막 홀드가 삼성에 있을 때로 알고 있는데 그 때 이후로 처음이다. 너무 기분이 좋다. 내가 아웃 카운트를 쌓아서 팀이 이길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좋다"고 기뻐했다.
"제구력이 좋아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마인드를 바꾸려고 노력을 했다. 예전에는 볼 카운트가 몰리면 그냥 '스트라이크를 던져야겠다' 이런 생각이 강했었는데, 이제는 '어차피 공은 하나고 방망이는 하나'이니까, '내가 던져도 결과는 모른다'고 마인드를 바꿔서 던지니까 결과가 좋다"고 밝혔다.
이동걸은 올 시즌 겨울에 릴리즈포인트를 교정하고 포크볼을 가다듬었다. 김성근 전임 감독이 "이번 캠프에서 가장 좋아진 투수"고 꼽을 정도였다. 구위가 살아나니 1군에서 출전 기회가 늘었다. 2015년 한화로 이적하고 나서 개인 최다인 44.1이닝을 던졌는데 올 시즌엔 28일까지 26이닝을 던졌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에는 kt와 경기에서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을 책임지고 경기를 끝내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세이브를 챙겼다. 이상군 감독 대행의 믿음 아래 출전 기회가 점점 잦아지고, 상황이 긴박해지고 있다.
이동걸은 "사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땐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주 던지는데, 나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들이 점수 생각을 안 한다. 단지 쉽고 어렵고 차이다. 단, 야구하면서 한 번도 지고 있을 때 던지더라도 몇 점 차이니 '이렇게 던지고' '저렇게 던진다'고 생각한 적 없다. 오늘(28일)도 4-1 스코어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껏 던졌던 것처럼 '낮게 던지자'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돌아봤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단순한 기록 하나하나가 이동걸에게는 값지다. 이동걸은 올 시즌 홀드 1개와 세이브 1개를 새겼다. 선수 경력을 합쳐서 세이브와 홀드가 가장 많은 시즌이다.
이동걸은 "올 시즌 첫 세이브도 했고, 첫 홀드도 했다. 프로 11년째에 가장 좋은 해가 아닌가 싶다"며 "기분이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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