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박열'에 출연한 배우 최희서.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박열’에는 낯선 인물이 등장한다. 박열도 익숙하지 않은데, 그의 동지이자 동거녀인 후미코다.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이야 독립영화에 출연하던 시절부터 유명했고, 현재 충무로를 대표하는 30대 배우로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이니 익숙하지만, 최희서는 낯설다. 후미코도 낯선데, 그를 연기한 배우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낯익다. 어디선가 본 배우 같다. 영화 ‘동주’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에서 일본인 쿠미 역으로 짧게 등장했다. 이후 곧바로 주연이다. 최희서와 이준익 감독의 인연은 ‘동주’에서 시작돼 ‘박열’까지 이어졌다.

“영화 ‘동주’ 촬영이 끝난 후 이준익 감독님이 박열과 후미코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후미코의 자서전을 읽어 보라고 하더라. 그때부터였다. 사실 이 작품에 참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캐스팅에 대한 기대를 전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출연하면 주연인데, 지금까지 조, 단역만 해 온 이유다.”

조, 단역을 거쳐 ‘박열’을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다. 그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쁨도 함께였다. 잘 하려고 노력을 할수록 연기에 욕심을 부리게 될 것 같은 걱정도 들었다. 과장된 연기를 보여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기회를 감사히 생각”하면서도 부담에 위축되지 않게,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시기를 겪어냈다. 물러날 순 없었다. “9년만에 온 황금 같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 데뷔 9년만에 얻은 황금같은 기회인 '박열'을 잘 해내고 싶었던 최희서. 사진|한희재 기자

“뒤로 물러날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데뷔 9년차에 황금 같은 기회가 왔으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어려울수록 좋아하는 편이고, 큰 부담을 이겨내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유형이다. 큰 역할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도전이라 생각하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 나의 장점이다.”

후미코는 일본 권력에 맞서는 일본인이다. 충분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읽은 자서전 덕분이었다. 유년기부터 시작되는 자서전 안에는 후미코가 왜 그런 사상을 갖게 됐는지 충분히 설명 돼 있었다.

“’일본인인데, 왜 일본에 저항하지?’라는 질문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자서전이 없었으면 애초부터 후미코를 이렇게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찬 여성 정도 밖에 몰랐을 것 같다. 자서전에는 후미코가 학대당한 모습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박열’을 본 관객들이라면 최희서의 뛰어난 일본어 연기에 놀랄 것이다. 언어는 문화를 담고 있고, 그 문화까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기를 하면 그야말로 흉내내기로 끝난다. 하지만 최희서는 달랐다. 완벽한 일본인으로 후미코를 완성했다. 배경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닌 것이다.

“그래 봤자 초등학교만 다녔다”고 했지만, 일본어로 연기를 하며 감정까지 표현하는 능력은 대단했다. 일본에서 생활한 이들만 아는 톤이나 어미 처리가 완벽한 것이다. “일본어 말고, 다른 언어로 감정 표현을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 최희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연기를 계속 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벌써 데뷔 9년차다. 영화 ‘킹콩을 들다’로 상업영화에 데뷔했지만 이후 저예산 영화나 연극 무대에 올랐다. 한동안 일이 없을 때도 있었다.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고, 심지어 소속사 오디션에서 탈락한 적도 있었노라 고백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에게 가능성이 없어 보이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그래도 아주 다행이었던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 있었다. 나는 연기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좋은 코멘트를 들으며 자부심을 느꼈고, 내 자신을 믿었다. 그 믿음으로 계속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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