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바람의 손자' 넥센 이정후(19)는 올 시즌 타자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6일 현재 타율 3할3푼7리, 2홈런 3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그가 고졸 신인인 점을 고려하면 타자로서 능력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수준이다.

수비는 다르다. 그는 처음 맡는 외야수로 뛰고 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갖고 있지만 그는 원래 내야수였다.

워낙 빼어난 운동 능력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선 내야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나오고 있다. 내야수와 외야수를 겸업한다면 상품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이정후는 주변의 '반한 눈빛'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보다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차분한 객관화가 지금의 이정후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정후는 "내야수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이제 목표는 좋은 외야수가 되는 것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부족했던 웨이트트레이닝과 외야 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야수를 같이 하면서 지금의 타격 능력을 유지한다면 이정후는 그 존재감이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 워낙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잠깐의 성공에 도취돼 있지 않았다. '외야수 전념 선언'은 이정후의 정신적 성장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외야수로서는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정후는 중견수 수비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코너 외야수는 빠른 발과 강한 어깨만 있으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 사실상 한쪽만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

중견수는 다르다. 외야로 뜬 타구의 전반에 관여해야 한다. 타구 판단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정후처럼 경험이 많지 않은 외야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정후도 처음엔 중견수로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출장 기회가 늘어나며 중견수 수비도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 이정후의 고백이다.

이정후는 "다행히 중견수에 대한 부담도 빨리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것이 모자라다. 보다 좋은 외야수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즌이 끝나면 보다 많은 수비 훈련을 하고 싶다. 다른 일에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좋은 외야수 수비를 하는 좋은 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정후는 현재의 자신을 매우 냉정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내·외야 겸업' 같은 뜬 구름을 좇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다 나은 팀 플레이어가 되는 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정후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타격을 이어 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자신을 확실하게 아는 선수는 그만큼 발전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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