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의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앞둔 13일 창원 마산구장 1루 더그아웃. 김경문 NC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3루 쪽에서 한 선수가 수줍게 걸어와 김 감독에게 인사했다.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30)였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눈 김 감독은 두산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6년 스프링캠프 때로 시계를 되감았다. "일본에서 신인으로 본 게 엊그제 같은데"라고 입을 연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자기가 정말 많이 노력한 선수다. 경찰청 때 유승안 감독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고, 노력하니까 자기가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의지는 입단 5년째인 2010년 두산 안방을 차지했다. 당시 나이 23살. 경찰청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양의지는 그해 홈런 20개를 치며 공격형 포수로 눈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나는 열심히 하면 기회를 준다. 목동에서였나, 나가더니 그냥 (타구를) 넘겨버리더라. 그러면서 (양)의지한테 기회가 많이 갔다. 방망이는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손 쓰는 기술이 정말 좋다. 정말 가볍게 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의 칭찬을 전해 들은 양의지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처음 어릴 때는 그냥 따라다니는, 김경문 감독님께는 완전 꼬맹이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보니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이 자리까지 온 거 같다. 안 될 때도 기회를 많이 주셨다. 이기든 지든 너가 나갈 거니까 잘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 김경문 감독님이 계셨고, 김태형 감독님은 배터리 코치로 계셨다. 그리고 강인권 배터리 코치님까지 계셨는데, 다들 내게는 은인이나 다름 없다. 정말 많이 챙겨 주셨다. 김태형 감독님은 내가 나태해질 때마다 늘 채찍을 가하신다. 강인권 코치님도 정신 차리라고 말씀 많이 해 주신다. 늘 경기장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 양의지(왼쪽)와 김태형 두산 감독 ⓒ 한희재 기자
양의지는 2010년 20홈런을 시작으로 차곡 차곡 홈런 수를 채워 나갔다. 그리고 지난 12일 마산 NC전에서 2-8로 끌려가던 4회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KBO 리그 역대 80번째로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을 달성했다. 14-13 역전승의 발판이 된 홈런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kt 위즈전에서 99호포를 때린 이후 아홉수를 깨기까지 25일이 걸렸다. 양의지는 "계속 안 좋다가 기록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팀이 이겨서 더 의미 있었다. 은근히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막상 치고 나니까 홀가분하다"고 했다.

부상으로 빠졌던 한 달은 아프면서도 약이 되는 시간이었다. 양의지는 지난 6월 26일 왼손 새끼손가락 미세 골절로 이탈하고 재활에 전념하면서 한 달 만에 복귀했다. 못 채운 시간 만큼 더 잘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부상 전까지 타율 0.323 OPS 0.942 9홈런 44타점으로 활약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대하게 했지만, 부상 복귀 이후 타율 0.183 OPS 0.567 3홈런 17타점에 그쳤다. 

양의지는 "다치지만 않았으면 경기도 많이 나갔을 텐데, 잔부상이 있긴 했지만 경기 못 나갈 정도로 아픈 몸이 아니었는데 아쉬웠다.두 달 전에 기록이 나오고 지금 홈런 20개 정도 치고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부상 이후 너무 부진했다. 이번에 다치면 안 되고, 다쳐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못 치더라도 팀이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를 치고 싶어서 득점권에서 집중을 많이 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이제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양의지는 200홈런을 바라본다. 현역 포수 가운데 강민호(32, 롯데)가 218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다시 100개를 채운다는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려 한다. 양의지는 "(강)민호 형 뒤를 열심히 따라가겠다. 민호 형은 벌써 200개를 쳤는데, 20개씩 5년 동안 치겠다는 목표로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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