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와 '더 페이버릿'이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후보에 올랐다. 제공|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본선 후보 발표와 함께 본격 레이스를 시작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외국어상 후보 진출 기대를 모았던 '버닝'은 탈락했지만 눈여겨 볼 포인트들이 상당하다. 후보작의 면면과 함께 내년 2월 24일(현지시간) 열릴 아카데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넷플릭스의 힘! 최다 10개부문 후보 '로마'

지난 22일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24개 부문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뚜렷한 선두주자는 없지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가 최다 10개 부문에 오르며 강세를 예고했다. 무리수도 이변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딱 예상한 대로다.

18세기 영국 왕실을 무대로 한 시대극이자 블랙코미디인 '더 페이버릿'이 아카데미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라면 '로마'의 선전은 예상된 바이면서도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1970년대 멕시코를 배경으로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로마'는 알려졌다시피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다. 지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세계 3대영화제에서 수상한 데 이어 아카데미의 관문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 제공|포스터
▲'블랙팬서',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 도전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를 널리 확장시킨 '블랙팬서'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됐다. '블랙팬서'는 작품상 이외에도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미술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대중과의 접점을 고심하며 한때 '인기영화상' 신설 카드를 빼들었다 버렸던 아카데미가 대중적인 흥행영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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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5개 부문 후보라지만…

골든글로브 2관왕에 올랐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5개, '스타 이즈 본'이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점도 아카데미의 대중성 확보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 한국에서야 '보헤미안 랩소디'가 1000만 흥행을 바라보는 성공작이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데다, 촬영 도중 하차해 촬영감독 덱스터 플레처가 사실상 마무리했고, 뒤늦게 겨우 감독 크레딧을 회복한 터라 이를 보는 눈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골든글로브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멜렉도 수상소감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언급하지 않았을 정도. 물론 골든글로브에 이어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영화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가운데). 제공|스틸컷
▲글렌 클로스의 7번째 오스카 도전

올해 아카데미는 남우주연상보다 여우주연상 경쟁이 더 치열해 보인다. 대배우 글렌 클로스는 무려 7번째 오스카에 도전한다. 놀랍게도(!) 아직 오스카상과 인연이 없다. 지금까지 6번 오스카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 낙방했다. '더 와이프'로 먼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챙긴 글렌 클로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먼이 꼽힌다. 코미디 이미지를 던진 멜리사 맥카시, 첫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로마'의 얄리차 아파리시오도 눈길을 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스타 이즈 본'으로 여우주연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동시에 올랐다.

▲브래들리 쿠퍼, 남우주연상-감독상 동시 노미네이트

배우 브래들리 쿠퍼는 연출 데뷔작 '스타 이즈 본'으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수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또다시 캐릭터를 체화해버린 '바이스'의 딕 체니 크리스천 베일을 비롯해,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멜렉, '그린북'의 비고 모텐슨, '앳 이터니티 게이트'의 윌렘 데포 등 이변 없는 남우주연상 후보들이 쟁쟁하다. 감독상의 경우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첫 손에 꼽히는 강력한 경쟁자. '로마' 외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이자 아마존이 제작한 '콜드 워'의 폴란드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올라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강력한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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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본선 탈락…한국영화의 도전은 다음기회로

예비후보에 들며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본선에 진출할지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최종 후보에서 탈락됐다. 유난히 경쟁이 치열했던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는 '로마'를 비롯해 레바논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 폴란드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그리고 독일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마크의 '네버 룩 어웨이'가 후보에 선정됐다. '버닝'에 대한 비평가들의 뜨거운 찬사가 본선 후보 지명으로 이어지지 못한 셈.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선전했으나 아쉬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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