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에는 '킹덤' 시즌1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오프닝부터 의미심장하다. 줄지어 향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미동 없이 놓인 육체는 왕의 것이다. 허나 곱게 접은 삼베를 한 겹 벗겨내낸 자리에 놓인 것은 수의가 아닌 붉은 용포. 왕은 죽었으나 죽지 않은 채다. 이는 '킹덤'의 출발이자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배경은 두 번의 전란을 치른 조선. 한양은 '왕이 죽었다'는 소문으로 뒤숭숭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딸이 중전(김혜준)이 복중 태아를 출산할 때까지 왕이 살아있길 바랐던 권력 실세 조학주(류승룡)가 죽은 왕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왕은 인육으로 연명하는 괴물이 됐다. 물려죽은 시신을 인육인지도 모른 채 먹은 굶주린 백성도 괴물이 돼 산 자들을 물어뜯었다. 아버지의 생사에 의문을 품었던 세자 이창(주지훈)은 역적으로 몰려 쫓긴다. 그러나 버려진 백성들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그는 자신과 백성의, 그리고 나라의 존망을 건 싸움에 나선다.
'부산행'이 이미 3년 전이다. 지난해엔 좀비사극 '창궐'이 이미 나왔다. 좀비와 사극의 만남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미리 섰던 걸까. '킹덤'은 한복 입은 좀비떼의 스펙터클을 과시하는 대신, 헬조선에 나타난 좀비의 기원을 파고든다.
그들은 산 자에 대한 식탐만으로 질주하는 아귀(餓鬼)다. '배고픔'을 키워드 삼아 권력에 대한 끝없는 굶주림, 죽지 못해 사는 백성들의 굶주림을 좀비로 꿰어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호러물이 대다수인 여느 좀비물과 '킹덤'을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대목이다. 모순과 고통을 해결할 자는 백성의 편에 선 세자. 그의 고단한 싸움을 그려가는 '킹덤'은 좀비호러 액션사극을 가뿐히 넘어 풍성한 은유로 가득한 미스터리 정치드라마·성장드라마로 나아간다.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이 떠오르기도 한다.
좀비들의 디테일은 수준급이다. 조학주 대감 역의 류승룡이 무시무시한 포스를 과시하고 주지훈이 성장하는 세자로 대세다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워킹데드'를 익히 보아온 시청자들의 눈에 높은 표현수위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두루 고르지 않아 몇몇 순간 몰입을 방해한다.
기초공사를 탄탄히 마무리하느라 속도가 덜 난달까. '킹덤'은 수많은 복선과 떡밥을 깔아놓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6회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영리한 제작진이 그걸 모를까. '킹덤' 시즌1을 본 이상 시즌2를 안 볼 재간은 없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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