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는 최근 4연패에 빠졌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는 백업도 강하다는 말은 옛말이 된 걸까. 

2015년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고 지난해까지 두산은 '백업도 1.5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했다. 한 번씩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줘도 백업 선수들이 막강해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올해 주전 구성은 포수를 빼면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 올겨울 포수 양의지(NC)가 FA로 이적하면서 박세혁이 안방을 꿰찼고, 외야수 김재환-정수빈-박건우, 1루수 오재일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이 자리를 지켰다. 지명타자는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몫이었다.

문제는 2루수였다. 지난해 함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오재원과 최주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는데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오재원은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고, 최주환은 내복사근 부상으로 5월 말에야 제대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절반이 흐른 지금 두 선수의 타격감은 아직이다. 오재원은 54경기 타율 0.153(124타수 19안타) 3홈런 14타점, 최주환은 26경기 타율 0.264(72타수 19안타) 1홈런 12타점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두 선수가 타석에서 보여준 화력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만능 백업 내야수 류지혁이 그사이 2루수로 기회를 얻었지만, 2루수로 고정하지 못했다. 현재 엔트리에서 류지혁을 빼면 백업 내야수가 없다. 류지혁은 내야 어느 포지션이든 주전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면 빈자리에 들어가야 했다. 지금은 오재원이 사실상 류지혁과 함께 내야 백업 노릇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내야수 정병곤(19경기) 신성현(17경기) 이유찬(6경기) 송승환(2경기) 전민재(2경기) 등에게 기회를 줬는데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박세혁을 마음 편히 쉬게 할 백업 포수가 없는 것도 문제다. 박세혁은 팀이 치른 79경기 가운데 75경기에서 598⅓이닝을 책임졌다. 포수 가운데 수비 이닝 1위다. 백업은 이흥련과 장승현을 번갈아 기용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박세혁이 백업 포수로 보여줬던 안정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일주일에 한 번은 휴식을 주려고 하는데, 중요할 때는 대타로 쓰게 되더라. 본인이 공에 맞아도 아프다고 내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쳐 보일 때도 있어서 항상 휴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욕심이 생기면 내보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외야 사정도 다르지 않다. 김재환과 박건우가 79경기에 개근했고, 사구 부상으로 이탈했던 정수빈이 58경기를 뛰었다. 백업은 정진호(31경기) 김경호(25경기) 백동훈(19경기) 김대한(18경기) 국해성(15경기) 김인태(6경기)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수빈이 제대하기 전 '나는 우익수다' 경쟁을 펼쳤을 때처럼 치고 나오는 선수가 없다. 

지난해까지 두산 백업은 주전 선수들이 막혔을 때 분위기를 바꾸면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주전들은 한 번씩 쉬면서 재충전하고, 백업들은 그동안 못 뛰었던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비며 눈도장을 찍는 선순환이 반복됐다.  

올해는 주축 선수들이 막히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전들은 부담감이 커지고 백업들은 점점 더 위축된다. 2위를 유지하며 선두 SK 와이번스를 위협할 때는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4연패에 빠지면서 조커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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