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여덟 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제공| 스페이스보헤미안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시작한 밴드는 치기어리게 뜨겁던 시절을 지나 30대를 거치며 단단하게 여물었다. 어느새 원숙한 마흔을 앞두고 있는 넬은 여덟 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하고 음악 팬들을 만난다. 

'컬러스 인 블랙'은 1999년 결성돼 2001년 정식 데뷔한 넬이 발표하는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이다.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지난 8월 '노던 라이츠' 이후 2개월 만이고, 정규 앨범으로는 일곱 번째 정규 앨범 'C'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넬은 이번 앨범을 위해 처음으로 '해외 합숙'을 떠났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태국 스튜디오를 빌려 한 달 간 '합숙'했다는 넬은 음악에만 푹 빠져 지내면서 완성도 있는 앨범을 완성해 돌아왔다. 

"짧지 않은 네 명이서 음악을 같이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이번 앨범은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 보자고 해서 태국에 있는 스튜디오를 한 달 정도 대여했어요. 호텔 같은 시설의 스튜디오라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만든 곡을 갖고 가기도 했지만, 지지고 볶고 하면서 새롭게 곡 작업도 많이 했어요.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도 태국에서 합주를 하면서 조금씩 만들어진 곡이에요. 

거기가 환경이 굉장히 좋았어요. 음악 작업 방식은 같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죠. 한국에서 작업을 했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을텐데, 거기서는 식사도 다 챙겨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했던 것 같아요. 음악 외적인 부분은 신경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 15분을 쉬어도 온전히 쉬면서 작업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어요. 정신적인 부분에서 편안하게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훨씬 높일 수 있었습니다." (김종완) 

▲ 10일 여덟 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제공| 스페이스보헤미안

'스테이', '믿어선 안될 말', '1분만 닥쳐줄래요', '그리고, 남겨진 것들', '마음을 잃다', '기억을 걷는 시간', '백색외성' 등 상실, 불안, 좌절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던 넬은 이번 앨범을 통해 '확장된 어둠'을 노래한다. 같은 '어둠'으로 느껴지는 감정에도 서로 다른 색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이번 앨범은 넬이 발표한 여덟 개의 정규 앨범 중에서도 가장 적은 트랙이 수록됐다. 그만큼 앨범의 완성도에 힘을 쏟았다. 김종완은 "시대를 역행해서 2CD를 내자는 얘기도 있었다. 음악을 발표하는 것은 저희로서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2CD를 하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작업물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며 "선택과 집중을 하자고 해서 13곡까지 추렸다. 거기에서 겹치는 곡이 없었다는 좋겠다는 생각에 9곡으로 최종 결정했다. 예전에는 겹치는 곡들을 통해 음반에 색을 주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모두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보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9년 결성된 넬은 데뷔 20주년이 된 올해까지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요계는 물론, 활동 방향, 음악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멤버의 드나듦이 왕성한 밴드신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넬은 "처음 3~4년은 많이 싸웠다. 그때는 싸우면 다 그만두자 이런 얘기도 많이 했는데 그때 많이 싸우면서 정리가 많이 된 게 아닐까"라고 결성 초반을 회상했다. 김종완은 "어차피 하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었다. 서로 타협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불만에 대한 제시라면 해결을 하고, 밑도 끝도 없는 불만이면 '그럼 나가든가, 할 거면 맞추자'고 했다. 어정쩡 불만을 토로하는 건 4명 다 성격상 못 참는다"고 말했다. 

이재경은 "좋은 거에 오히려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시너지를 내려는 거다. 나쁜 방향으로는 논란을 발전시키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고, 정재원은 "너무 어릴 때부터 친구라서 성격, 단점, 장점 다 이해하는 편이다. 서로 다 이해해준다. 각자 이해하니까 오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완은 두 사람의 말에 "서로가 없을 때 몰래몰래 서로 욕을 한다. 둘만 있으면 나머지 둘을 같이 욕하고, 셋이 있으면 없는 한사람을 욕한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없으면 안 된다. 회의할 때도 반드시 서로 나오라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10일 여덟 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제공| 스페이스보헤미안

최근 이들은 독자적으로 회사 스페이스보헤미안을 설립하고 활동 중이다. 가수이자 회사 대표이기도 한 네 사람은 "회사 운영이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굳이 역할을 따지자면 이정훈이 대표, 이재경이 총무 역할이라고. 

김종완은 "의견 충돌이라기 보다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나', '쓴다면 얼마를 어떻게 써야하나', '장비를 사야 하나 얼마까지 쓸 수 있나' 이런 얘기들을 나눈다"며 "우리가 버는 돈에서 n분의 1을 지출해야 하는 건데 소심해지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없나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다. 가끔 꺼려져도 누구 한 명이 하자고 하면 하자는 분위기가 된다"고 말했고, 이정훈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이거 사주면 잘 할 수 있겠어?', '이거 있으면 제대로 할 거야?' 이런 마음이 된다"고 남모를 고충을 토로했다. 

데뷔 20주년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넬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계속 좋은 음악을 발표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어느새 한국 록 음악을 이끄는 대표 밴드가 된 넬은 "얼마나 거대한 밴드가 될지 상상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계속 현재진행형이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30년이 됐어, 50년이 됐어'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재밌게 음악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게 꿈이라면 꿈이다"라고 말했다. 

넬은 여전히 '꿈'을 살아가고 있다. 현실에 대한 거칠었던 분노도 세월을 거치며 이해 혹은 체념, 때로는 포기로 둥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넬의 음악과 메시지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살아있다. 20주년에도 도약과 발전을 목표로 삼는 넬표 감성 음악은 2019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