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 홈구장 인천SK행복드림구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SK 와이번스가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야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와이번스 모기업인 SK 텔레콤과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빠르면 26일 매각에 관련된 공식발표를 할 예정이다. 매각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는 지난 주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프로스포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그룹은 그동안 프로 스포츠를 통한 산업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히어로즈 구단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를 때 단골 인수 기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 구단을 매각한 것을 제외하고 대기업 계열 구단이 매각된 적은 없었기에, SK 그룹의 야구단 매각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와이번스 구단 관계자들도 매각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구단은 해당 내용이 보도된 뒤 모든 대응을 모기업인 SK 텔레콤에 맡길 만큼 이번 사건에 아는 것이 없었다. 2015년 구장 명명권을 얻어 구장 이름에 기업 이름을 넣고, 구장 장기 임대를 통해 곳곳에 구단 아이덴티티를 심을 만큼 애정을 보였지만 21년 와이번스 역사는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 일은 어느 정도 예견되고 있었다는 것이 한국 야구를 관통하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말이다. 허 위원은 25일 와이번스 매각 소식을 접한 뒤 "한국 기업들의 야구단에 대한 인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다. 야구계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야구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이 사건을 큰 위기로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위원은 "1982년 처음 프로야구를 만들 당시에는 모기업 회장들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그때 경제 상황에서는 기업들도 내수에 신경쓰는 게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 시대에서 사실상 내수는 의미가 없다. 스포츠 산업이 지금처럼 반전의 계기 없이 계속 적자를 지속한다면 그룹이 운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의 말처럼 오히려 최근 기업들은 해외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을 소유한 기아자동차는 UEFA 유로파리그 공식후원사,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메인스폰서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10년간 EPL 첼시 스폰서를 맡았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4년간 북미미식축구리그(NFL)를 후원했다. 특히 야구단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이제 해외 스포츠 마케팅이 더 효율적인 '내수 탈피' 기업들이 많다.

대표적인 대기업 계열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2015년 정규시즌 우승을 일구며 왕조로 자리잡았으나 2015년 말 제일기획에 인수된 뒤에는 모기업 지원이 거의 끊겼다. 허 위원은 "결국 프로스포츠 산업이 활성화돼 스스로 적자를 면할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 업계가 고심을 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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