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봉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받은 10대 임신부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주영(안희연)을 만나면서 유산 프로젝트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의 전작 '박화영'의 속편 격으로 '박화영'에 출연한 세진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어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대사의 절반은 욕설이다. 정체 모를 알약을 씹어먹으며 자신의 팔을 커터칼로 난도질하는 세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팔을 긋고 학교에 가면 동급생들에게 심하게 맞는 학교 폭력이 일상이고, 미성년자면서 담임 선생님과 교제 중에 임신까지 한다. 이런 와중에 유치원생과 별 다를 바 없는 세진의 말투는 묘한 불편함까지 자아낸다. 성교육 시간에 자신있게 임신 사실을 밝힌 세진은 교장실에서 '발설 금지' 각서에 사인할 것을 종용 받고, 해맑게 웃으며 "애 뗄 건데"라고 말한다.
이후에는 집을 나와 거리를 헤메는 세진과 주영의 우연한 만남, 두 소녀가 낙태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세진의 몸을 탐하는 '나쁜 어른'을 만나고 20대 배달부인 재필, 신지와 합류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두 성인 남자까지 4명의 패거리가 되면서 돈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의 비행 수위는 점점 끝도 없이 높아진다. 절도, 가택 무단침입, 폭행, 유흥업소 근무, 재물손괴 등 각종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사이 눈 뜨고 보기 힘들만큼 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세진을 챙기기 시작한 재필의 감정은 이해하기 어렵고 세진 역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알 수 없는 행동들만 한다. 도저히 어른의 상식에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역시 어른이라서 모르는 걸까.
결국에는 이 모든 비극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떠올리게 된다. '낙태가 합법이었다면 괜찮았을까', '피임을 꼭 해야한다는 메시지인가', '나쁜 어른들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가'를 되짚어보지만 결국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나 행동에 인과관계나 설득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도 공감하기가 어렵다.
특히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자극들로 가득한 연출 탓에 그나마 흐릿하게 남은 영화의 메시지조차 가려졌다.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강렬한 신들이 필요했던 만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명확하게 드러났다면 좋았겠지만 스토리에서도, 감정선에서도, 주제 의식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어 물음표만 남는다. 결국 폭력적인 두 시간을 힘겹게 삼켰음에도 경각심이나 안타까움, 위기감, 반성 등의 감상은 떠오르지 않고 '쟤들은 왜 저럴까'라는 의문과 찝찝함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한다. 세진이 유일하게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순간인 롱보드를 타는 신과 스타일리시한 BGM 역시 대비되는 이들의 이야기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붕 떠있다는 인상을 준다. 신을 위해 삽입된 멋부린 설정처럼 느껴진다.
다행히 배우들은 호연을 펼쳤다. 시점 상으로는 이 작품이 연기 첫 도전인 하니(안희연)는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세진 역의 이유미는 벼랑 끝 한 송이 꽃처럼 위태로운 10대 소녀의 모습을 소화해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7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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