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채은성 ⓒ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불과 십몇 년 전만 해도 프로야구에 '단체 삭발'이 있었다. '각성'해야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만든 촌극이다.

단체 삭발 같은 극단적 형태는 아니더라도, 정신력 혹은 의지로 슬럼프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댓글이 사라지자 선수들의 SNS에 '좌표'를 찍고 훈수를 둔다.

그러나 2021년의 슬럼프 탈출법은 '잘 쳐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있다.

LG 트윈스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6-5 재역전승을 거뒀다.

LG 류지현 감독은 "역전당한 뒤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는데 채은성의 동점 홈런이 나오면서 다시 집중력을 찾았다"고 돌아봤다.

요즘 LG는 투수력으로 승수를 쌓고 있다. 두꺼운 불펜 뎁스를 활용한 역전승이 많다. 17일 경기도 그랬다. 공동 2위라는 순위를 떠나 기대 만큼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는 타자들에 대한 비난 혹은 비판이 늘 뒤따른다.

동점 홈런을 친 채은성은 그래도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역전승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그는 "접전이라도 늘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코칭스태프부터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도 분위기를 띄우려고 계속 파이팅을 한다"고 얘기했다.

채은성은 비판 여론을 의식해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그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은 하는데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한다. 부담감을 느낀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타격감이 떨어져 있다고 의식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이 슬럼프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마음을 전부 내려놓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채은성은 "진짜 바닥까지 내려가면 마음도 놓게 되는데…그 정도는 아니고 또 그렇게는 안 되더라. 내려놓는다기보다 편하게 하려고, 부담감 압박감 벗어난 상태에서 치려고 노력은 한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탈압박' 비법은 긍정적인 상상이다. 채은성은 "좋은 상상을 많이 한다. 잘 쳤을 때 생각하면서 그 느낌을 계속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신 야구장 밖에서는 책임감을 더 느끼려 한다. 채은성의 아내가 지난달 장녀를 순산해 식구가 늘었다. 채은성은 "아내와 딸이 내일(18일)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다. 기대도 걱정도 되는데 형들 얘기 들어보면 육아가 힘들다고는 한다. 힘들어도 해야 한다"며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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