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오넬 메시
[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아르헨티나가 또 다시 결승에서 패배했다. 아르헨티나는 27일(한국 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에서 칠레를 상대로 0-0 무승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칠레에게 2-4로 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코파 아메리카, 그리고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등에서 결승에 진출했음에도 모두 우승에 실패해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1993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아르헨티나는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이 절실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라”라는 선배 디에고 마라도나의 독설에서 나타나듯 국민들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고,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선수들도 “3번의 실수는 없다”라는 말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칠레에 2-1로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이더니 파나마,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미국 등을 가볍게 제압하며 결승에 진출했고, 조별리그에 이미 제압했던 상대인 칠레를 결승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늘은 아르헨티나와 리오넬 메시에게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준우승 퍼레이드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메시에게도 악몽이 되고 있다. 메시는 ‘제 2의 마라도나’라는 별칭으로 시작해 이제는 위풍당당하게 ‘리오넬 메시’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아르헨티나를 위한 공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가 마라도나와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우승을 아르헨티나에게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위해 많은 것은 이뤄왔다. 어린 시절부터 아르헨티나의 미래라는 평가 속에서 2005 FIFA U20 월드컵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아르헨티나에 선사했고, 2005년 A매치에 데뷔한 이후, 아르헨티나를 위해 55골을 넣으며 아르헨티나 역사상 A매치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물며 그가 없었다면 아르헨티나의 메이저대회 3회 연속 결승 진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도 부상을 안고 시작했음에도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톡톡히 활약했다. 

그러나 축구는 결과의 스포츠이고, 역사는 우승팀만을 기억한다. “하늘이 메시를 외면했다”라는 표현이 먼 훗날 메시의 대표팀 경력을 설명하게 될 지라도 아르헨티나는 우승팀이 아닌 준우승팀으로 기억될 뿐이다. 시대를 풍미했음에도 우승에 실패했던 ‘매직 마자르’ 헝가리의 페렌츠 푸스카스나 ‘토탈 풋볼’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처럼 메시의 이름이 회자될 지라도 월드컵이나 코파 아메리카의 역사 속에서 그의 이름은 빛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메시는 우승하기 전까지 면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칠레전에서 패한 후, 우승을 확정하기 전까지 수염을 자르지 않겠다던 메시는 덥수룩한 수염 위에 식어버린 땀과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상실감이 얼마나 컸던지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위해 노력했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커리어는 끝났다"라고 말하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개인적으론 메시가 이대로 은퇴를 선언해 영영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메시는 1987년생이고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메시가 은퇴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적인 여론이 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언제든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자국 내 언론이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다르다고 색안경을 쓰며 비판할 때에도 메시는 조국의 부름에 응해왔다. 

하지만 언론이나 팬들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흐르게 된다면 메시의 결정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아르헨티나가 메시에게 보답할 시기이다. 메시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 또는 요구보다는 그에게 휴식을 주면서 격려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아르헨티나는 “Don't Cry For Me, Messi”라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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