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로스앤젤레스, 문상열 특파원] “나는 기록을 쫓는 게 아니고 경기할 준비에 포커스를 맞춘다.”
미국 기자들이 스즈키 이치로(42)에게 아시아인 최초로 3,000안타 기록에 도전하는 자세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치로는 22일(이하 한국 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2안타를 추가해 3,000안타에 4를 남겨 두고 있다. 주말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벌어지는 뉴욕 메츠전에서 대망의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애미 구단과 돈 매팅리 감독은 이치로의 3,000안타 대기록 달성을 홈 팬들 앞에서 이루도록 출장을 조정했다. 지난 1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3안타를 뽑았기 때문이다. 3,000안타 -6에서 필라델피아와 원정 4연전이어서 방문 구장에서 대기록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필라펠피아는 홈 4연전에 선발이 모두 우완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앞의 3경기에 이치로를 대타로 투입했고, 4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톱 타자로 세웠고 2안타를 뽑아 통산 2,996안타를 기록했다.
마이애미는 23일부터 8월1일까지 홈 10연전이다. 메츠와 3연전에는 23일 우완 로간 베렛(3승6패 평균자책점 4.21), 제이콥 디그롬(6승4패 평균자책점 2.38)에 이어 25일 좌완 스티븐 매츠(7승6패 평균자책점 3.56)가 예고돼 있다.
▲마이애미와 함께한 대박
이치로는 2012년 시즌 도중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12년의 시애틀 매리너스 생활을 마감하고 양키스로 트레이드를 자청한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때문이었다. 2014년까지 양키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역시 우승은 하늘이 정해 준다.
2014년 시즌 후 우승 염원을 포기하고 마이애미 말린스와 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것은 기록 도전이었다. 우승은 포기했다. 경쟁력이 있는 팀은 이치로를 원하지 않았다. 마이애미는 전통과 역사가 짧은 팀이다. 두 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지만 아직 지구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스타가 필요했다. 외야수 존카를로 스탠튼과 13년 3억2천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스타 선수를 확보해야 지역 방송 중계권료가 올라간다.
마이애미는 2015년 1월 이치로와 연봉 200만 달러 1년 계약을 맺었다. 이어 정규 시즌이 끝난 뒤 다시 1년 옵션을 포함해 연봉 200만 달러 계약을 연장했다. 구단도 이치로도 모두 원했던 계약이다. 마이애미는 이치로의 대기록 달성이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작성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치로에게는 3,000안타의 무대를 제공해 주는 마이애미가 고마울 뿐이었다. 연봉도 적은 편은 아니다.
이치로는 10년 연속 200안타와 10년 연속 3할 타율을 작성한 위대한 타자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올해를 제외하고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모든 기록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시즌 전 일본 기자들은 이치로의 3,000안타 달성에 회의적이었다.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팀으로서는 이치로의 기록도 고려해야 하지만 성적이 더 중요하다. 이치로에게는 2루수 디 고든의 금지 약물 적발에 따른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행운으로 작용했다. 톱 타자로 나설 기회가 훨씬 많아진 것이다. 고든이 주전 2루수와 톱 타자로 기용된 4월에 이치로는 5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다.
▲초고속 3,000안타의 비결은?
이치로는 2001년 포스팅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16년 만에 3,000안타를 달성하게 됐다. 초고속이다. 미국 외 지역 태생으로는 이치로가 4번째 3,000안타의 주인공이 된다. 파마나 태생 로드 커루가 3,053안타로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다. 이하 쿠바 태생 라파엘 팔메이로(3,020개), 푸에르토리코 태생 로베르토 클레멘테(3,000), 이치로(2,996) 순이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 27세에 입문했다. 27세 이후 최다 안타는 피트 로즈로 3,357개를 만들었다. 로즈는 통산 4,256개로 안타 부문 1위다. 2위 이치로, 3위 샘 라이스 2,923개, 4위 호너스 와그너 2,766개다.
뉴욕 양키스에서 이치로의 타격 코치를 지낸 케빈 롱은 “이치로는 매우 독특한 타격의 소유자다. 타격 때 몸이 1루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배트는 홈 플레이트 존에 유지되고 있다. 볼이 튀기면 1루에서 세이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치로의 타격은 ‘때리고 뛴다(slap and run)'다. 좌타자의 이점에 발까지 빠르다. 기록 통계 회사 STATS LLC에 따르면 이치로는 모두 672개의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내야안타는 1987년부터 기록이 세분화됐다. 이치로가 2004년, 조지 시슬러의 한 시즌 최다 안타(257개)를 뛰어넘어 262개로 메이저리그 기록을 세울 때 내야얀타가가 57개였다.
빠른 발에 콘택트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3,000안타 달성은 쉽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치로 타격의 특징은 볼넷이 적다는 점이다. 이치로는 의외로 출루율(0.357)이 낮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보다 낮다. 그 이유는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한 시즌 최다 볼넷이 2002년 68개에 불과하다. 이치로는 통산 11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선두 타자 홈런은 37개다. 역대 7위다. 리키 헨던슨이 81개로 1위다. 전문가들은 이치로가 안타에 목표를 두지 않았다면 훨씬 많은 홈런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케빈 롱은 “타격 훈련 때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타구를 펜스를 넘긴다. 그러나 게임 때는 그런 스윙을 보지 못한다”며 전략적인 이치로 타격에 수긍한다.
▲이치로가 세운 기록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이룬 두 번째 선수다. 1975년 보스턴 레드삭스 외야수 프레드 린이 이후 처음이다. 이치로는 데뷔 첫해 타율 0.350, 안타 242개, 도루 56개 등에서 아메리칸리그 1위를 기록해 신인왕과 MVP가 됐다. 이치로는 3,000안타에 500 도루와 함께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역대 4번째 선수가 된다. 타이 콥, 폴 몰리터(미네소타 트윈스 감독), 에디 콜린스 4명만이 3,000안타-500도루-0.300 타율 기록 보유자들이다. 아울러 이치로는 아메리칸리그 연속 도루 성공 기록도 갖고 있다. 2006년 4월19일부터 2007년 5월17일까지 45 연속 도루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50 연속 도루로 빈스 콜맨이 갖고 있다. 10년 연속 200안타는 피트 로즈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 타이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데뷔했을 때 공수주를 갖춘 한 명의 콘택트 히터였던 이치로, 16년 만에 그는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타자로 전설이 됐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이 확실하다. 그때는 시애틀 매리너스 모자를 쓰고 쿠퍼스타운에 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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