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The Truth' 폴 피어스(38, LA 클리퍼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19년 동안 입었던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피어스를 추억하는 한 방법으로 그의 보스턴 셀틱스 시절 활약상을 들여다봤다.

1998년 미국 프로 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입단했다. '동부 콘퍼런스 명문' 보스턴의 부름을 받았다. 캔자스대학교 3학년만 마치고 드래프트를 신청한 이 젊은 스윙맨은 "나를 지나친 9구단을 후회하게 해 주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애초 더 높은 순번에 지명될 것으로 기대 받았다. 그러나 마이크 비비, 앤트완 재미슨, 빈스 카터, 래리 휴즈 등에게 밀렸다. 마이클 올로워칸디, 로버트 트레일러처럼 예상보다 높은 픽을 받은 빅맨 영향도 있었다. 대학 시절 전미 최고 스코어러로 평가 받으며 소속 콘퍼런스인 '빅-12'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피어스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데뷔 첫 시즌 펄펄 날았다. 직장 폐쇄로 일정이 반토막 났다. 그러나 '초록빛 유니폼'을 입은 피어스의 공격력은 눈부셨다. 전체 50경기 가운데 48경기에 나서 평균 16.5득점 6.4리바운드 1.7가로채기 1.0슛블록을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은 41.2%에 이르렀다. 3점슛에 보정을 가한 야투 성공률(eFG%)도 50.4%를 거뒀다. 이해 신인왕이 된 카터가 중거리 점프 슛이 약해 고전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외곽슛 성공률 - 28.8%, eFG% - 46.3%). 실제 시즌 초만 해도 카터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남기며 강력한 올해의 신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 보스턴 셀틱스 시절 폴 피어스
1999년 2월 5일(이하 현지 시간) 홈 구장 플릿 센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 첫 경기에서 카터, 더그 크리스티, 케빈 윌리스가 이끄는 토론토 랩터스와 맞붙었다. 홈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피어스는 오른쪽 코너에서 볼을 쥔 뒤 찰스 오클리를 앞에 두고 오른손 훅슛으로 프로 첫 득점을 신고했다. 팀은 이날 92-103으로 졌지만 피어스는 19점을 올리며 16점에 그친 카터를 앞섰다. 빠른 퍼스트 스텝과 저돌적인 돌파력으로 자유투를 6개나 뺏었고 3점슛 4개를 시도해 2개를 집어 넣는 등 완성형 신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1년 12월 27일 피닉스 선즈를 상대로 리그 통산 5,000점을 채웠다. 3년 뒤 3월 12일엔 홈 구장에서 데뷔 1만점째를 올렸다. 상대 코트 왼쪽 45도에서 안으로 파고든 뒤 인디애나 페이서스 파워포워드 오스틴 크로셔를 완벽한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따돌리고 점프 슛을 넣었다.

2007년 2월 26일 휴스턴 로키츠와 원정 경기서 통산 1만5,000점을 넘어섰다. 휴스턴 코트 오른쪽 45도에서 깨끗한 3점슛을 터트리며 대기록 고지를 밟았다. 2010년 11월 3일 밀워키 벅스와 경기에선 자유투로 2만점째를 수확했다. TD 가든에 모인 홈 팬들은 기립 박수로 축하했고 피어스는 두 손으로 '2'를 가리키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데뷔 15년째였던 2013~2014 시즌 브루클린 네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모두가 낯설어 했다. 그러나 피어스는 묵묵히 코트를 누볐다. 2014년 4월 11일 애틀랜타 호크스와 홈경기서 포물선 높은 외곽슛으로 대망의 2만5,000점을 신고했다. 코트 정면에서 시도한 3점슛이 한 차례 실패했다. 이때 마커스 손튼이 카일 코버와 박스 아웃에서 이기고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이후 손튼은 곧바로 왼쪽 45도로 들어오는 피어스에게 공을 건넸고 서른일곱 노장 슈터는 두 번의 실패를 허락하지 않았다. 더마레 캐롤의 수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깨끗한 외곽슛을 완성했다.

▲ 승부처에서 강했던 '강심장' 폴 피어스
피어스는 통산 2만6,316점 7,479리바운드 4,698어시스트 1,748가로채기를 챙겼다. 현역 선수 가운데 2만5,000점 7,000리바운드 4,500어시스트를 동시에 넘긴 선수는 피어스밖에 없다. 10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NBA 팀에 4번 이름을 올렸다. 2008년 NBA 파이널에선 LA 레이커스를 만나 6경기 평균 21.8득점 6.3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9.3%를 기록했다. 1986년 이후 보스턴을 22년 만에 NBA 정상으로 이끌었다. 파이널 MVP도 그의 차지였다. 케빈 가넷, 레이 앨런 등 쟁쟁한 동료를 제치고 위대한 승부사로 인정받았다.

피어스가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거둔 2만4,021점은 '전설' 존 하블리첵에 이어 구단 역대 2위다. 그가 집어 넣은 외곽슛 2,053개는 리그 역사상 4번째로 많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9구단을 혼내 주겠다던 호기로운 젊은이는 실력으로 그 말을 증명했다. 그를 지나친 9구단 가운데 여섯 팀이 파이널 우승은 물론 그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LA 클리퍼스(1순위 - 올로워칸디), 밴쿠버 그리즐리스(2순위 - 비비), 덴버 너기츠(3순위 - 라프렌츠), 토론토(4순위 - 재미슨), 밀워키(6순위 - 로버트 트레일러), 새크라멘토 킹스(7순위 - 제이슨 윌리엄스)가 주인공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