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혜수가 '낭만닥터 김사부'에 특별 출연했다.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낭만닥터 김사부’에 특별 출연한 김혜수가 단 한 편,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왜 김혜수여야 했는지,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60분이었다.

김혜수는 지난 17일 방송된 SBS 월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에 등장했다. 그는 김사부(한석규 분)의 첫사랑이자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활동 중인 의사 이영조로 분했다.

이영조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그는 한적한 돌담 병원에 발을 디뎠고, 김사부를 알아본 뒤 웃었다. 이어 건넨 한 마디는 “안녕? 오랜만이네”다. 당황한 쪽은 김사부였다. 김사부는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이영조를 알아봤고 “여긴 어떻게”라고 말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던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첫사랑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영조의 분위기는 갈등이 빚어지면서 단번에 뒤바뀌었다. 이영조가 김사부를 찾아온 이유는 에이즈 환자의 수술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병원에서 이미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던 이영조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돌담 병원 식구들은 에이즈 감염을 우려해 수술을 거부했다.

이때 이영조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라도 안하면 사람 하나 죽을 것 같아서, 그래서 십몇 년 전에 헤어진 사람한테 찾아와서 부탁 좀 했다”며 “그렇게 나쁜거냐”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 감염 환자를 수술 한다는 거 무서울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아느냐. 당신들 편견”이라고 일갈했다. 

이영조의 카리스마는 수술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이영조는 총상 환자를 수술해본 적 없었던 강동주(유연석 분)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섰다. 이영조는 어시스턴트로 수술대 앞에 선 것이었지만 노련한 솜씨로 어시스턴트 이상의 몫을 해냈다. 특히 담담하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단순한 말 한마디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김혜수가 연기한 이영조는 완벽했다. 그 아닌 다른 누구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아련한 옛 추억을 간직한 여자의 모습부터 고난과 시련을 겪고 성장한 의사, 그리고 세상의 편견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날릴 줄 아는 ‘낭만닥터’까지. 이 모든 것이 모두 녹아든 연기로 짧은 분량을 강렬하게 완성했다. 

김혜수 혼자 채운 60분은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낭만닥터 김사부’의 번외편은 풍요로웠다. 그가 왜 특별 출연으로 선택됐는지, 왜 김혜수에게 ‘갓혜수’라는 찬사를 보내는지 알 수 있게 해준 한 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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