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스틸. 제공|영화사 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닮은 사람이 있다. 삶에 대한 의지도 의욕도 없이 하루 하루 버텨내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영화 다른 길이 있다는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길이 있다는 동반자살을 소재로 세상에 상처 받은 이들의 아픔을 덤덤하게 풀어낸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딸 정원과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남자 수완은 동반 자살 사이트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함께 자살할 계획을 세운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아픔이라는 공통분모는 아무런 공통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이들을 연결 시킨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듯 한 정원은 남모를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혼자만 품고 있는 고통과 죄책감은 그녀를 자살의 길로 인도한다. 손목에 남은 흉터는 죄책감을 지우는 과정이자, 고통에서 벗어나는 통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남자 수완은 경찰로 하루 하루 살아간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미 사라진 표정에서 삶의 의욕 없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우연인듯 필연처럼 만난다. 짧고 무미건조한 대화지만 서로는 느낄 수 있다. “우리 참 닮아 있구나그리고 그 안에서 타인의 아픔이 아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 본다.

▲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스틸. 제공|영화사 몸
영화는 자극적일 수 있는 타인의 아픔과 동반자살이라는 설정은 덤덤하게 그려낸다. 자신의 상황에 괴로움을 느끼고 고통스럽지만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오열하지도 않는다. 덤덤하게 자신의 삶을, 또 죽음으로만 갚을 수 있는 죄책감을 받아 드린다. 유난스럽지 않은 영화의 톤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모든 사람들의 상황은 다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지니고 살아간다. ‘나의 아픔이 더 크다는 오만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경중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낯선 모습 같지만 작품을 통해 내 자신의 아픔을 들여 볼 수 있다. 내 상처를 통해 남을 보고, 또 남의 상처를 통해 나 역시 위로 받는다. 어딘가에 힘을 내 살아가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 위로로 다가온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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