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이 있다’는 동반자살을
소재로 세상에 상처 받은 이들의 아픔을 덤덤하게 풀어낸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딸 정원과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남자 수완은 동반 자살 사이트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함께 자살할 계획을 세운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아픔’이라는 공통분모는 아무런 공통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이들을 연결 시킨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듯 한 정원은 남모를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혼자만
품고 있는 고통과 죄책감은 그녀를 자살의 길로 인도한다. 손목에 남은 흉터는 죄책감을 지우는 과정이자, 고통에서 벗어나는 통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남자 수완은 경찰로 하루 하루 살아간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미 사라진
표정에서 삶의 의욕 없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우연인듯 필연처럼 만난다. 짧고 무미건조한 대화지만
서로는 느낄 수 있다. “우리 참 닮아 있구나” 그리고 그
안에서 타인의 아픔이 아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 본다.
모든 사람들의 상황은 다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지니고 살아간다. ‘나의 아픔이 더 크다’는 오만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경중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낯선 모습 같지만 작품을 통해 내 자신의 아픔을 들여 볼 수 있다. 내
상처를 통해 남을 보고, 또 남의 상처를 통해 나 역시 위로 받는다.
어딘가에 힘을 내 살아가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 위로로 다가온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