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손흥민이 스리백에서 활약할 여지는 없을까.

토트넘은 22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토트넘이 0-2로 끌려가던 맨시티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얻은 것은 나쁜 결과가 아니다.

손흥민은 맨시티전에서 이번 시즌 리그 7번째 득점을 올렸다. 최근 경기력도 좋고 공격 포인트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출전 기회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아래 출전이 불규칙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토트넘이 스리백을 쓰는 이유

포체티노 감독이 처음으로 스리백을 들고 나온 경기는 지난해 11월 6일 열린 11라운드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였다. 당시 스리백은 중앙 수비수 부상 이탈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 방편' 정도로 생각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 헐 시티전에서 스리백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 포백보다 스리백에 전술적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첼시의 스리백이 '역습'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토트넘의 스리백은 밀집 수비를 깨는 데 전술적인 목표가 있다. 이번 시즌 초반 토트넘은 밀집 수비에 막혀 무승부에 그치는 경기가 많았다. 

두 윙백 대니 로즈와 카일 워커는 공격적으로 전진해 '밀집 수비'의 좌우 간격을 넓힌다. 때로 직접 크로스를 시도해 공격에 도움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스리톱이 중앙에서 활약할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전진한다.

대신 토트넘의 공격수는 중앙에 집중해서 공격을 펼친다. 주전으로 출전하는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는 모두 개인 기술이 뛰어나고 연계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폭발적인 주력은 없다.  토트넘과 첼시의 스리백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트넘은 중앙에서 세 명의 연계 플레이로 득점 찬스를 잡고 있다. 2선에서 움직이는 알리의 득점이 크게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기존 스리백이 양쪽 윙백이 내려와 수비가 5명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수비적이라고 불렸지만, 지금 토트넘은 수비를 3명만 남겨 두고 모두 공격을 펼친다. 수비수가 '4명'인 포백보다, '3명'인 스리백이 오히려 더 공격적이다.

▷ 포백에 더 적합한 손흥민, 스리백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의 스리백의 약점을 정확히 짚었다. 맨시티는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좌우 측면에 공격력이 뛰어난 르로이 사네와 라힘 스털링을 배치하면서 '맞불'을 놔 토트넘이 자랑하는 두 윙백을 눌렀다. 측면이 봉쇄되자 토트넘의 스리백도 힘을 잃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 20분이 지났을 때 포백으로 변화를 줬고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그래서 손흥민이 포백에만 적합한 선수라는 평가도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손흥민은 기본적으로 측면에서 활약하는 선수다. 포백 전술에서 측면 공격수를 배치할 때 출전 가능성도 크고 활약할 여지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리백에서도 손흥민의 자리는 있다. 손흥민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아져 해리 케인과 투톱으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수비를 흔들 수 있다.
 
손흥민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은 스리백 전환과 함께 동료 에릭센과 알리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패스를 할 수 있는 에릭센은 포체티노 사단의 핵심 미드필더다. 알리의 상승세도 엄청나다. 그는 최근 리그 6경기에서 8득점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 발전한 '오프 더 볼'의 움직임

손흥민은 이번 시즌 발전한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이 없는 상태에서 공간을 찾는 움직임이 날카로워졌다. 맨시티전에서도 손흥민의 움직임이 빛났다. 

맨시티전에서 후반 32분 에릭센이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치고 들어오자 손흥민은 중앙으로 이동한다. 에릭센에게 드리블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에릭센이 빠져 나온 중앙을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원래 손흥민을 상대하던 클리시는 에릭센을 막아야 했고, 중앙 수비수들은 원래 중앙에서 활약하는 케인을 막는 데 급급했다. 중앙으로 이동하는 손흥민을 순간적으로 놓쳤다. 축구에선 패스를 주는 선수 만큼 중요한 것이 받는 선수의 움직임이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간을 찾았기 때문에 케인의 절묘한 패스가 나올 수 있었다.

발전한 '오프 더 볼'의 움직임 덕분에 손흥민은 개인기로 찬스를 만드는 '솔로 플레이어'가 아니라 '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 과제가 있는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활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 '투톱' 손흥민, 왓포드전의 예

손흥민은 지난 1일 왓포드와 경기에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출전했다. 왓포드전에선 케인-손흥민 투톱에 알리와 에릭센이 동시에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 뒤를 빅토르 완야마 혼자 지켰다

위협적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은 '미끼'가 됐고 왓포드 수비의 형태가 무너졌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득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토트넘보다 전력이 떨어져 수비적으로 물러나는 팀을 만날 경우,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적극적인 침투로 수비 라인을 뒤흔드는 손흥민은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 

왓포드전에서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손흥민은 높은 평점을 받았다. 케인이 9점으로 최고점을 받았고 손흥민, 에릭센, 알리, 로즈가 함께 8점을 받았다. 눈에 띄지 않는 공헌이 있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왓포드전부터 위협적인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침투했다. 손흥민이 영리하게 공간을 찾기 시작한 것은 포백, 스리백을 가리지 않고 손흥민의 출전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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