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여고생 진선유는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1500m, 3000m 릴레이 등 3관왕에 올랐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 3명의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획득한 금메달은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500m 금메달은 1924년 샤모니에서 제1회 동계 올림픽을  치른 이후 86년을 이어져 오는 동안 한 차례도 없었던 이 종목의 ‘한 국가 남녀 동반 우승’이다. 이승훈의 금메달은 그가 7개월 전까지만 해도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활동했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였다. 이어 2014년 소치 대회 여자 500m에서 이상화가 2연속 우승하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정식 세부 종목이 된 단체 추월 남자부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세계적인 강호로서 위상을 든든하게 했다. <5편에서 계속>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은 1960년대에 시작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빙상경기 종목이다. 111.12m의 작은 링크를 도는 경기 특성상 순발력에서 앞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이 1967년 새로운 세부 종목으로 채택하고 한참 뒤인 1981년 프랑스 뫼도에서 열린 제 1회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은 출전하지 않았고 1983년 도쿄에서 벌어진 제 3회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1989년 영국 솔리헐에서 열린 제 9회 대회에서 김기훈이 종합 2위, 1990년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제 10회 대회에서 이준호가 종합 1위를 차지하는 초고속 발전을 이뤘다. 그 무렵인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을 때 김기훈은 1500m, 이준호는 30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4년 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는 남자부의 유일한 개인 종목인 1000m에서 김기훈이 금메달, 이준호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두 선수와 함께 송재근, 모지수가 나선 5000m 릴레이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한국은 2014년 소치 대회까지 금메달 21개와 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13개, 동메달 8개인 2위 중국을 압도하는 성적으로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최강자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1994년 릴레함메르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전이경이 올림픽 2연속 2관왕의 기록을 세웠고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안현수와 진선유가 각각 남녀부 3관왕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세계 최강 한국이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기록들이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2017년 현재 김연아(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은메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0년대 김연아가 나오기까지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오랜 기간 어려운 여건에서 발전 과정을 밟아 왔다. 

1908년 런던 하계 올림픽과 1920년 앤트워프 하계 올림픽의 일부 경기로 열린 피겨스케이팅은 1924년 샤모니에서 열린 제 1회 동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1968년 그르노블(프랑스) 대회에 이르러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했다. 남자 싱글 이광영은 28명의 선수 가운데 꼴찌를 했고 여자 싱글의 이현주와 김혜경은 각각 30위와 31위(최하위)에 그쳤다. 

1972년 삿포로 대회에서는 여자 싱글의 장명수가 1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꼴찌를 했다. 실내 링크는, 이제는 어디에 있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동대문실내빙상장 달랑 하나뿐이고 정빙차(整氷車, 일명 잠보니)도 도입되기 전이니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 무렵 한국을 찾았던 윌리스라는 피겨스케이팅 국제 심판이 특별한 코멘트를 한 내용이 <대한체육회 70년사>에 실려 있다. 

윌리스는 "한국인들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소질 그리고 표현력의 장점을 살리고 외국의 기술과 훈련 방법을 도입한다면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 "국제 경기, 특히 세계선수권대회에 해마다 출전해 한국에서도 피겨스케이팅 열기가 뜨겁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선행 조건이다"고 조언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기 38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표현력이 뛰어난 김연아를 기막히게 예언하고 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옛 소련을 포함한 러시아는 금메달 24개와 은메달 18개 동메달 8개로 2위인 미국(금 15 은 16 동 )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 기준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의 강세는 2017년 현재 여전하다. 아시아 3강 가운데 일본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이고 중국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로 김연아의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가 전부인 한국에 앞서 있다.

아시아의 라이벌 두 나라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포스트 김연아’의 육성이 필요하다. 때마침 여자부 임은수(14, 한강중) 김예림(14, 도장중) 유영(13, 문원초), 남자부 차준환(16, 휘문중) 등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겨냥하는 무대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다. 

▲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과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김연아는 2017년 현재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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