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용인, 취재 김도곤 기자, 영상 곽혜미 기자 송경택 PD] '12년', 한 선수가 프로에서 보낸 시간이다. 그리고 12년 동안 단 한번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배구 선수 황연주 이야기다.

모두가 고향에 내려가는 설날이지만 시즌이 한창인 배구의 특성상 배구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 준비를 한다. '설날이라고 특별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고 한 황연주도 다른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날을 보낸다.

황연주가 프로에 데뷔한 것은 2005년, 만으로 12년, 햇수로 13년째다. 팀에서 선참이 됐고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지만 매 시즌 발전하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 황연주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난 아직 부족하다'였다. 

황연주는 이번 시즌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황연주는 이번 시즌 백 어택 비중을 늘렸다. 몸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도 있다. 하지만 황연주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에밀리, 양효진에게 쏠린 점유율을 낮춰 공격을 분산할 수 있다. 백 어택이 전위 공격보다 몸에 무리는 되지만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팀을 먼저 생각했다.

▲ 황연주 ⓒ 곽혜미 기자
정상을 줄곧 지켰지만 약점 보완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황연주의 이번 시즌 기록 가운데 눈여겨 볼 것은 블로킹이다. 세트당 0.40개로 11위다. 15위까지 오른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작다. 황연주는 "자신 없는 게 블로킹이다. 키가 작다 보니 타이밍이나 위치 선정에 신경을 많이 쓴다. 순위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프로 생활을 하며 많은 기록을 세운 황연주다. 이번 시즌에 남녀부 통합 최초 4,500득점, 여자부 첫 서브 400득점을 이뤘다. 모두 황연주가 1호 기록 선수다. 황연주는 단순 기록보다 자신이 1호라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에서 1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은 항상 남는 것이 아닌가. 어떤 기록에 대해 1호라는 자부심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13년째다. 늘 최정상에 있었지만 슬럼프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경기력이 부진하거나 부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황연주는 자신을 다잡았다. 황연주는 "슬럼프가 오면 '지금까지 한 게 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된다'고 되뇐다. 슬럼프에 빠졌다고 포기하면 배구 인생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면 지금까지 배구를 한 이유가 없다"며 "살면서 배구를 하지 않은 날보다 한 날이 더 많은데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깝다"고 밝혔다.

황연주에게 13년째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했다. 황연주는 "'잘 참고 잘 버텼구나'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고 한 뒤 "이 정도 했으면 개근상 받아도 되지 않나?"라며 웃어 보였다.

▲ 이다영(왼쪽), 황연주 ⓒ 곽혜미 기자
 황연주의 인터뷰 전 이다영 인터뷰가 있었다. 이다영은 자신의 인터뷰를 마쳤지만 황연주의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후배 이다영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황연주는 단순한 성적이나 눈앞에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래'를 강조했다. 황연주는 이다영에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몸 관리 잘해서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를 생각하는 선배의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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