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재심' 포스터. 제공|오퍼스 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결국 진심이었다. 진심을 다 해 그날을 들여다보니 숨겨진 진실이 보였다

돈 없고 빽 없는 지방대 중퇴 출신의 변호사 준영(정우)의 시작은 대형 로펌 취직이었지만, 끝은 아니었다. 진심을 다 할 수록 밝혀지는 진실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불순한 의도로 10년의 세월 동안 사형수로 살았던 현우(강하늘)에게 접근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변호사 준영은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유명세를 얻고자 시작했던 아파트 집단 소송에서 패소하며 돈과 가족을 모두 잃었고, 더 이상 밝은 미래는 볼 수 없었다. 때마침 연수원 동기 창환(이동휘)이 나타났고, 그의 도움으로 거대 로펌에서 일 할 기회가 생겼다. 진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돼 10년을 감옥살이 한 청년 현우는 미리 벼랑 끝에서 떨어졌다. 분명 택시 기사가 죽은 것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은 범인이 돼 있었다. 동네 문제아였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다방에서 일하는 10대 소년을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의 폭행과 강압 수사로 현우는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됐다.

현우의 10년이 지났다. 10대 소년이었던 현우는 웃음을 찾아 볼 수 없는, 남은 것이라고는 망가진 인생 밖에 없는 20대 후반이 됐다. 그 앞에 진심을 찾아 볼 수 없는 변호사 준영이 나타났다. 현우는 그런 준영을 믿지 못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변호사 준영에게 열어줄 마음은 없었다.

영화 재심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극영화다. 해당 사건을 소재로 가져왔지만 100% 팩트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현재도 진행중인 사건이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았다. 영화는 현 사회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방향이 아닌, 진심과 희망, 그리고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휴먼 드라마로 풀어냈다.

▲ 영화 '재심' 정우, 강하늘 스틸. 제공|오퍼스 픽쳐스
영화는 준영과 현우의 관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너무나도 힘겨운 시간을 지낸 현우의 나날이 펼쳐질 때는 함께 분노하게 만들었고, 준영의 진심과 현우의 노력이 더해져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살아온 10년을 보상받을 희망이 보일 때는 함께 기뻐하게 만들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준영 역을 맡은 정우와 현우 역을 맡은 강하늘의 연기다. 정우는 속물에서 인간적인 변호사로 변해가는 준영을 보다 따뜻한 인물로 만들었다. 권위적인 변호사가 아닌, 소시민의 이미지가 강한 준영은 정우가 지닌 기존 이미지와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다.

강하늘은 이미 원망도 억울함도 사라진 현우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는 절제 연기와 눈빛이 좋은 배우로 손꼽히는 그의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두 배우는 각자의 연기 뿐만 아니라 서로 만났을 때 좋은 케미스트리를 발산한다. 처음 서로를 믿지 못하고 대립하던 관계에서, 서로의 진심을 느끼고 진실을 들려주는 과정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감동을 전한다.

한편 재심은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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