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디슨 리쉘 ⓒ 화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큰 기대는 없었다. 해결사의 임무보다 기존에 버티고 있던 김희진(26) 박정아(24)를 받쳐 주는 선수로 여겨졌다.

184cm의 단신 공격수 매디슨 리쉘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6순위로 IBK기업은행 지명을 받았다. 지난 정규 시즌 정상에 오른 IBK기업은행은 후순위로 외국인 선수를 지명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은 리즈 맥마흔이라는 뛰어난 공격수가 있었다. 큰 키에 힘을 갖춘 맥마흔은 김희진, 박정아와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맥마흔이 떠난 뒤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는 컸다. 184cm인 리쉘은 어려운 볼을 처리하는 것보다 빠른 토스로 올라오는 볼을 때리는 데 장점이 있는 선수였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후순위가 되다 보니 리쉘을 뽑았다”며 “아무래도 키가 작아서 시즌이 진행되면 체력에서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리시브가 나쁜 볼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리쉘은 맥마흔에 떨어지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정규 시즌에서 44.19%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공격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IBK기업은행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임무를 해냈다.

지난 시즌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활약한 리쉘의 장점은 공격은 물론 서브 리시브와 수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규 시즌에서 기복 없는 경기력을 펼친 리쉘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부진했다. 20점이 넘은 이후 해결사 구실을 다하지 못한 그는 이 감독에게 쓴소리도 들었다.

2차전부터 리쉘은 흥국생명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가 됐다. 빠른 공격과 강타는 물론 연타도 적절하게 섞어 가며 흥국생명 코트를 공략했다. 24일 열린 2차전에서 리쉘은 33점, 공격 성공률 52.54%를 기록했다. 리쉘이 살아난 IBK기업은행은 챔피언 결정전 분위기를 바꿨다. 28일 열린 3차전에서 그는 무려 42점을 올렸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강행군에 지쳐 있었다. 팀에서 가장 많은 볼을 때리고 리시브와 수비까지 하는 리쉘의 체력도 한계점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리쉘의 강한 정신력은 바닥난 체력을 이겨 냈다. 30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4차전에서 리쉘은 36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경기를 앞둔 이 감독은 만약 IBK기업은행이 우승하면 MVP가 될 선수로 리쉘을 꼽았다.

그는 "사실 5라운드에서 리쉘이 MVP가 되길 원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활약을 볼 때 (우리가 우승하면) 리쉘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쉘은 이 감독의 기대는 물론 동료들과 약속도 지켰다. 184cm의 키 작은 외국인 공격수는 정규 시즌 1위 팀 흥국생명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노릇를 했다. '철녀' 리쉘이 쓴 작은 기적은 이번 챔피언 결정전의 열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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