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욱(왼쪽)과 이상민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영상 이강유 기자] 지난달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2017 아디다스컵 20세 이하(U-20) 4개국 국제 축구대회 2차전,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가 벌어졌다. 한국 U-20 대표 팀 수비수 정태욱은 후반 35분 헤딩을 하다가 상대의 머리에 턱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주심과 동료들이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이상민은 빠르게 손가락을 입에 넣어 말리는 혀를 잡아 응급처치를 했다. 정태욱은 곧 의식을 회복했다. 경추 5번에 미세골절을 입었지만 다시 신태용 감독이 소집해 현재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이상민의 빠른 응급처치 덕분이었다.

11일 오후 훈련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정태욱과 이상민 두 선수는 서로 투닥거렸다. 정태욱이 "인터뷰를 같이 너무 많이 했다"고 투덜거리자, 이상민도 "이제 그만 엮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제주도 소집훈련 전까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소집 때 방을 같이 쓸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불의의 사고였지만 그 이후로 두 선수는 더 친해졌다.

사고 당시는 긴박했다. 이상민은 "얼굴을 봤을 때 바로 기절했다는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다.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혀가 말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빼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은 '위험하다, 혀를 빼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정태욱에게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다. 혀를 빼다가 물려 손가락이 부었다. 그는 "제일 세게  깨물라고 하면 그 정도로 깨물 것 같다.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정태욱은 이상민에게 고마워하면서도 표현은 쑥쓰러워했다. 이상민이 은인 아니냐고 묻자 "이래서 더 고맙다고 말하기 싫다"며 웃었다. 뒤이어 "(이)상민이가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진심을 표현했다.

동료의 큰 부상에 이상민을 비롯한 동료들의 마음도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다치고 전부 다 걱정했다. 팀 닥터 선생님한테 경과를 물어보고 했다. 태욱이가 농담도 하고 괜찮다고 말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팀의 끈끈한 분위기를 설명했다. 정태욱 역시 "저는 쓰러졌지만 팀이 하나로 모이는 것을 보니 좋았다"며 팀웍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 역시 불의의 사고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팀의 조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서로 힘들 때 위로하고 챙겨주면서 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두 선수 모두 센터백이다. 수비는 개인 기량보다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 분명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감독에 따르면 정태욱은 현재 회복 단계지만 곧 훈련에 복귀할 수 있다고 한다. 10일 정도 경과를 지켜봤는데 통증도 사라지고 어느 정도 회복됐다. 원래도 경추에 미세한 골절이 있는 상태였고 이번 부상이 경추 미세골절의 전체 원인은 아니다. 10일 동안 약해진 근력을 보강하는 정도로 훈련을 진행한 뒤엔 정식 훈련에 복귀할 예정이다. 신 감독은 "큰 트라우마는 없을 것"이라며 정태욱의 복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태욱의 합류로 두 선수는 21명 엔트리에 들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를 견제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정태욱을 '내가 안고 가야할 선수'라고 표현했다. 정태욱은 "정말 감독님이 그랬냐"며 반문한 뒤 "아픈데도 뽑아주셔서 감사한다. 더 열심히 해서 21명 안에 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며 주전 경쟁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상민 역시 "태욱이는 신태용 감독님 체제에서 꾸준히 온 선수다. 중앙 수비수로 출전도 많았고 수비의 버팀목이다. 어찌 보면 태욱이랑 경쟁 상대니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 누가 뽑힐진 모르지만 둘 다 뽑히면 가장 좋을 것 같다"며 동료이자 친구,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정태욱과 즐거운 경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아찔한 사고였지만 오히려 팀은 단단해졌다. 비가 온 뒤 땅은 굳어지는 법이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속에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호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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