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맹활약했던 이재성을 기억해야 한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전주, 취재 유현태 기자, 영상 정찬 기자] 이재성이 부상에서 복귀했다. 그가 위기의 슈틸리케호에 합류해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전북 현대는 21일 '옛 전주성'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북의 선발 명단에 오랜 만에 1992년생 미드필더 이재성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시즌 초 왼쪽 비골이 골절돼 장기간 결장했다. 선발 복귀전에서도 이재성은 여전한 '클래스'를 과시했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인천 수비-미드필더 간격이 좁아 공격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작정하고 내려선 인천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전북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것인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의 성공적인 복귀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 팀에 명단 발표가 22일 오전으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두고 한국 축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기력으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 밀집 수비를 깨다

이재성은 인천의 촘촘한 수비 조직에 공간을 만들었다. 오랜만의 선발 출전이었지만 이재성은 여전한 기량을 보였다. 영리한 '오프 더 볼'의 움직임과 퍼스트 터치로 공격에 활로를 열었다. 그는 '이미 있는' 공간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자신이 활약할 공간을 만들었다.

최종 수비 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직접 수비 뒤 공간을 노렸다. 침투하는 척해서 수비를 끌어놓고 다시 돌아나와 공을 받을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최전방 공격수 에두 밑에 위치해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 이재성이 움직일 때 인천의 견고한 수비에도 조금씩 흔들렸다. 

전반 초반 몸이 덜 풀린 듯 무거운 몸놀림을 보이던 이재성은 전반 22분 중앙에서 침착하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오른쪽까지 이동한 뒤 에두에게 정확하고 강한 패스를 했다. 에두는 무리하지 않고 에델에게 원터치 리턴패스로 찬스를 만들어줬다. 에델의 강력한 슛은 이태희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4분엔 기어코 복귀전에서 골을 신고했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수비 라인을 깨기 위해 움직이던 이재성은 순간적으로 후방으로 내려오며 공간을 만들었다. 땅볼 패스가 들어오자 발뒤꿈치로 잡아놓고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은 "늘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이다. 슈팅 타이밍이어서 맞추기만 했는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참 쉽게 말했지만 경기장에선 선보이기 어려운 플레이였다. 오프 더 볼 움직임, 퍼스트 터치, 슛까지 환상적인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후반전에도 이재성은 공격 요소요소에서 쉬운 리턴패스와 날카로운 침투로 수비 형태를 흔들었다. 후반 15분엔 2대1 패스를 이어 가며 페널티박스 안까지 돌진했지만 슛까진 연결되지 않았다. 부상 복귀 후 얼마 되지 않아 '경기 체력'이 완벽하지 않았다. 경기가 흐를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재성은 후반 42분 고무열과 교체돼 경기장을 떠났다.



# '위기' 슈틸리케호, 이재성의 필요성

이재성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 대표 팀에 딱 필요한 선수다. 슈틸리케호가 노출한 가장 큰 문제는 공격이다. 점유율이나 후방 빌드업에선 그렇게 큰 문제를 노출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찬스와 위협적인 슛이 부족했다. 공격 시도의 '양'은 많았지만 '질'이 높은 공격은 없었다.

밀집 수비 사이에서도 활약할 선수가 없었다. 이재성은 인천전처럼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를 헤집을 수 있는 적임자다. 개인 기술과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이 모두 좋다. 간결한 터치로 패스 흐름을 살리는 데도 뛰어나다. 슈틸리케호에서 찾기 힘든 스타일이다.

또한 뛰어난 팀플레이어다. 이재성은 주변을 살피는 데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 그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수비 형태를 무너뜨린다. 손흥민 등 득점력을 갖춘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동시에 동료들의 움직임에 맞춰 공간으로 침투하는 데도 능하다. 공간을 향하는 스루패스와 득점력도 갖췄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도 후반 18분 교체로 투입돼 공격에 활로를 열었다. 0-1로 끌려가던 슈틸리케호는 2골을 몰아치며 역전승했다. 이재성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 패스 능력을 갖춘 드리블러, 득점력을 갖춘 이타적인 선수. 그는 만능 공격형 미드필더다. ⓒ한희재 기자

# '결전은 6월 13일' 문제는 체력

이재성은 갓 부상에서 돌아왔다. 아직 실전으로 체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체력 수준은 8,90% 수준이지만 나머지 10%는 경기를 뛰며 채워야 한다"며 이재성을 과감히 선발로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재성 본인도 경기 뒤 "체력은 60%정도밖에 안 올라온 것 같다. 호흡이 잘 안 올라왔다"고 말했다. 또 "골을 넣었지만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 경기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직 시간은 있다. 전북은 27일 수원 삼성과 홈경기를 치른다. 이재성은 1주일의 훈련 시간고 한 번의 실전을 더 치를 수 있다. 러시아행에 중요 고비가 될 카타르전은 다음달 13일이다. 슈틸리케호는 닷새 앞선 8일 이라크와 평가전도 앞두고 있다. 약 20일 정도의 시간과 2번의 실전으로 체력을 다질 기회가 있다. 이재성의 기량을 믿는다면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 더구나 이재성은 신체 능력보다 빠른 '두뇌 회전'이 장기인 선수다.

인천전에서 어느 정도 경기력이 올라왔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소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반전을 만들 카드로라도 이재성을 포함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슈틸리케호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구자철은 무릎을 다쳤다. 남태희, 김보경 등 다른 대체 요원들도 있지만, 이재성은 그만의 장점이 있다. 이재성을 다시 한번 신뢰해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이재성은 대표 팀에 갈 선수라고 생각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A 대표 팀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뛰어난 선수는 아끼지 않고 나라를 대표해 활약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재성은 " 대표 팀은 가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라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단 최대한 훈련으로 체력적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해야할 부분은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야 할 것 같다"며 소집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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