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버트 푸홀스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알버트 푸홀스가 통산 600홈런에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17년만에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50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27명. 그 가운데 600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8명 뿐이다. 지난해 마크 맥과이어(583홈런)을 넘어서고 올해로 37세의 ‘노장’이 된 푸홀스는 자신의 우상(맥과이어)이 은퇴했던 시즌의 나이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세인트루이스 시절의 푸홀스는 없다. 하지만 그는 명예로운 선수로서 메이저리그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비록 연봉 대비 활약은 아쉬움이 남지만 푸홀스는 적어도 눈앞의 결과물을 위해 어리석은 방법을 사용하진 않고 있다.

1990년대를 전후로 전성기를 맞이하여 통산 500홈런을 넘긴 선수들 가운데 금지 약물에서 자유롭지 못한 8명으로 모두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자였다. 이들과 함께 ‘금지 약물의 시대’가 공개적으로는 종언한 이후 부당한 이득을 취한 선수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팬들의 갈증을 풀어준 이는 다름아닌 푸홀스였다. 더구나 금지 약물의 유혹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푸홀스는 더욱 인정받고 있다.

푸홀스가 달성하게 될 600홈런은 상징성과 희소성을 갖춘 의미가 있는 대기록이다. 하지만 대단하다, 훌륭하다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말로는 푸홀스의 대기록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때문에 조금이나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남긴 발자취를 정리해보았다.

# 100호 홈런(2003년 7월 21일)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두 시즌 동안 7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5명. 첫 두 시즌 동안 71개의 홈런을 기록한 푸홀스 또한 그 다섯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 3년째에 100호 홈런을 달성해냈다. 2003년 7월 21일, 다저스를 상대로 3번 타자로 출전한 푸홀스는 6-5로 한 점 앞서고 있던 4회 초, 오달리스 페레스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푸홀스는 통산 100홈런을 달성해냈고 세인트루이스는 이후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다저스를 상대로 10-7의 승리를 거뒀다.

한편 데뷔 3년째에 통산 100홈런을 달성한 타자는 6명. 푸홀스 역시 데뷔 3년째였던 2003년, 43홈런을 기록하면서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또한 푸홀스는 첫 3년 동안 114홈런을 기록하면서 그 어느 타자보다 빠른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 200호 홈런(2005년 9월 31일)

2003년 43홈런, 2004년 46홈런을 기록하고 2005년에도 41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리며 3년 연속 40홈런을 이어간 푸홀스가 100홈런을 달성한 이후 통산 200홈런을 달성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05년 9월 9일, 메츠의 크리스 벤슨을 상대로 198호, 199호 홈런을 기록한 푸홀스는 통산 200홈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홉수에 걸렸던 푸홀스는 그달 31일이 되어서야 통산 200홈런을 달성했다. 경기 시작 전, 부시스타디움을 방문해 ‘푸홀스가 진정한 세인트루이스의 홈런왕’ 이라며 푸홀스를 응원한 맥과이어 덕분이었을까. 신시내티전에서 3번 타자로 출전한 푸홀스는 7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맷 벨리알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40호이자 통산 200호 홈런이었다. 푸홀스가 ‘마일스톤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한 것은 200호 홈런이 유일하다.

# 300호 홈런(2008년 7월 5일)

통산 300홈런을 달성한 2008년, 당시 푸홀스의 나이는 28세에 불과했다. 그해 7월 5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컵스전에서 3번 타자(우익수)로 출전한 푸홀스는 8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통산 300홈런 달성의 순간이었다.

푸홀스는 정확히 28세 170일의 나이로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푸홀스는 멜 오트(28세 171일)를 제치고 역대 다섯 번째로 어린 나이에 300홈런을 달성한 타자가 되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300홈런 달성 타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27세 249일). 역대급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던 푸홀스는 그러나 ‘한 개의 홈런일 뿐이다. 500홈런, 600홈런은 달성해야 대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멀었다’라는 인터뷰를 남긴 바 있다.

# 400호 홈런(2010년 8월 27일)

푸홀스는 워싱턴에서 400번째 홈런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3번 타자로 출전한 푸홀스는 4회 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등장했다. 워싱턴의 선발 투수는 당시 24세였던 조던 짐머맨이었다. 그러나 푸홀스는 2년차였던 짐머맨이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푸홀스는 짐머맨의 2구째 패스트볼을 그대로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며 통산 400호 홈런을 만들어냈다.

푸홀스는 통산 400홈런과 함께 또 하나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바로 역대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400홈런을 달성한 것. 당시 30세 222일이었던 푸홀스는 로드리게스(29세 316일), 켄 그리피 주니어(30세 141일)에 이은 어린 나이로 400홈런을 기록했다. 한편 푸홀스가 통산 400홈런을 달성하기까지 사용한 타수는 5615개로 이는 맥과이어(4726타수), 베이브 루스(4854타수), 하먼 킬러브루(5300타수), 짐 토미(5416타수)에 이어 가장 적은 타수다.

# 스탠 뮤지얼을 넘어서다(2013년 4월 7일)

2013년, 푸홀스는 스탠 뮤지얼을 넘어서는 통산 476호 홈런을 기록했지만 그는 더 이상 세인트루이스 타자가 아니었다. 2012년 시즌을 앞두고 에인절스와 10년 2억 54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세인트루이스를 떠난 푸홀스였다.

2013년 첫 4경기 18타석 동안 안타가 2루타 하나 밖에 없었던 푸홀스는 알링턴볼파크(현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텍사스전에서 멀티 홈런 경기를 만들어냈다. 1회 초, 선제 투런 홈런을 날린 푸홀스는 이어 6회 초에도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476호, 477호 홈런). 푸홀스의 통산 45번째 멀티 홈런 경기였다.

# 500호 홈런(2014년 4월 23일)

푸홀스가 199호 홈런을 친 후 200홈런을 달성하기까지 22일이 걸렸던 반면 499호 홈런을 친 후 통산 500홈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통산 400홈런을 워싱턴전에서 기록했던 푸홀스는 통산 500번째 홈런 역시 워싱턴을 상대로 달성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과 워싱턴의 브라이스 하퍼였다. 하지만 1회 초 선제 스리런 홈런을 쳤던 푸홀스는 5회 초에도 투런 홈런을 날리며 통산 500홈런을 달성해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499호, 500호 홈런을 한 경기에 달성한 타자는 푸홀스가 최초다.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역대 26번째 500홈런 타자다(데이비드 오티스 27번째). 한편 푸홀스는 데뷔 14년만에 500홈런을 기록했는데 그와 같이 데뷔 후 첫 14년 안에 통산 500홈런을 돌파한 선수는 윌리 메이스, 맥과이어, 로드리게스 뿐이다. 또한 푸홀스는 새미 소사(도미니카 공화국), 라파엘 팔메이로(쿠바), 매니 라미레스(도미니카 공화국)에 이어 통산 500홈런을 달성한 역대 네 번째 비 미국인 타자이기도 하다.

# 마크 맥과이어를 넘어서다(2016년 8월 25일)

푸홀스가 자신의 우상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지난해 8월 푸홀스는 토론토전에서 마르코 에스트라다를 상대로 1회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통산 584번째 홈런으로 푸홀스는 맥과이어를 넘어서고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부문 역대 10위에 올라섰다.

세인트루이스의 2001년은 세대교체의 시즌이었다. 맥과이어의 마지막 시즌이자 푸홀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다. 푸홀스가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맥과이어였다. 2001년 스프링캠프에서 맥과이어는 토니 라루사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만약 감독님이 푸홀스를 당장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감독님의 야구 인생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일로 남을 것입니다(If you don’t put this guy on the roster for the 2001 season, it might be one of the worst moves you make in your career)”

맥과이어의 예상은 정확했다. 푸홀스는 데뷔 첫 해부터 신인왕을 차지하고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며 MVP 투표에서 4위까지 올랐다. 또한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스프링캠프에서 맥과이어의 추천이 없었다면 푸홀스의 600홈런 도전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푸홀스, 500홈런 달성의 순간 ⓒ Gettyimages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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