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호. 제공|매니지먼트 선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귓속말’ 노기용이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요? 이 시대에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은 받았어요. 하지만 사회 어딘가에는 노기용처럼 의리가 최고라 생각을 하고, 또 의리를 저버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허재호(37)가 지난달 종영한 SBS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연기한 노기용은 현실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배신이 난무하는 ‘귓속말’ 내에서 ‘의리’로 주인공 이동준(이상윤 분) 곁을 지켰다. 유일하게 의리를 지키는 인물이어서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허재호는 오히려 그런 면에서 애착이 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노기용을 연기하면서 정말 의리파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런 부분에서 매력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게 맞고, 그래야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허재호가 연기한 노기용은 끝까지 이동준을 도왔다. 노기용은 판사였던 이동준 밑에서 일을 했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그에게 반했고, 전역한 후에도 마음을 쓰며 도왔다. 이동준이 태백이라는 거대한 산과 맞서 싸우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더라도, 신의를 갖고 물심양면으로 힘을 써줬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귓속말’ 전개, 인물들 간의 배신과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서 허재호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전개를) 예측하기가 힘들었어요. 극 초반부가 굉장히 빠르기도 했고요. 노기용이 이동준을 배신할 수도 있겠느냔 생각도 안 했죠. 한 가지만 봤어요. ‘노기용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동준 편’이라고요. 그것 하나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된다고 생각했죠.”

▲ '귓속말' 허재호.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노기용이 비현실적이라면, ‘귓속말’에서 현실적인 인물은 누구일까. 허재호는 “모든 사람이 다 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조경호(조달환 분) 같다. 의리를 지키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친구를 배신하려 하다가도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조경호나 송태곤(김형묵 분) 등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가장 나쁜 인물로는 백상구(김뢰하 분)를 꼽았다. 허재호는 “백상구는 뼛속부터 나쁜 인물이다. 원한이 있어서 살인 청부하는 것도 나쁘다 할 수 있겠지만, 돈을 얻기 위해서 살인을 하는 행위는 더 나쁘다. 근본적으로 나쁜 것은 백상구”라고 말했다. 이어 “인물적으로 봤을 때는 최일환(김갑수 분)이 나쁘다. 최일환이 모든 것을 잃기 싫어했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일들”이라고 덧붙였다.

▲ 허재호. 제공|매니지먼트 선

가장 현실적이고, 또 나쁜 인물들을 꼽아보긴 했지만 사실 ‘귓속말’은 선(善)과 악(惡)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이 또한 ‘귓속말’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가 의도한 일이다. 박경수 작가의 전작인 ‘펀치’를 감명 깊게 본 허재호는 ‘귓속말’ 출연을 기대했다. 그는 “‘펀치’를 감탄하면서 봤다”며 “팬이었기에 ‘귓속말’ 출연이 더 영광이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허재호가 아쉬웠던 것은 박경수 작가의 대사를 잘 살리지 못했던 것. 허재호는 “노기용이 이동준에게 했던 대사 중 ‘이쪽 눈은 존경하는 눈빛, 이쪽 눈은 걱정하는 눈빛입니다’라는 말이 있다”며 “정말 멋있는 말이다. ‘걱정된다’ ‘저는 당신 편입니다’라는 말을 존경하면서도 걱정된다는 말로 풀어낸 거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대사를 쓰셨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허재호는 ‘귓속말’이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허재호는 “부족하지만 PD님께서도 잘할 거라고 믿어주셨고, 여러 조언도 들었다. 끝까지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시청률도 받침이 되니까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한 작품을 마무리한 허재호는 다시 고민하고 배워나가는 작업을 계속한다. 2009년 데뷔해 지금까지, 차근차근 길을 걸어온 허재호다. 허재호는 “1년 넘게 작품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계속해서 작품을 하고, 오디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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