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립군'에서 대립군을 이끄는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이정재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잘생김’이 붙은 얼굴은 먼지 투성이고, 권력이 주는 위압감은 사라졌다. 영화 ‘대립군’ 속 이정재는 그렇다.

이정재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에서 돈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하는 대립군의 리더 토우 역을 맡았다. 대립군에게는 이름이 없다. 남의 군역을 대신하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산다. 남의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권력은 사치일 뿐이다.

어깨에 힘을 뺐고, 자유를 얻었다. 수양대군(‘관상’)의 권위적인 모습과 염석진(‘암살’)의 이중 생활은 이정재에게 긴장을 주는 인물이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다르지 않았다. “반드시 해 내야 하는 작전”이 주는 책임감이 있었고, 장학수가 된 이정재는 그 무게를 고스란히 받았다.

물론 ‘대립군’도 가볍지는 않다. “대립질 못 끝내고 죽으면 저승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운명을 지닌 이들은 전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대적 운명을 지니고 있다. 대신 “토우를 통해 좀더 자유롭게 풀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선택”한 것도 없이 않아 있었다. ‘대립군’ 속 토우는 이정재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이정재가 ‘대립군’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었다. 흥미로운 시나리오였다. “조선시대 이야기인데 공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했던 것. 시나리오가 참으로 재미 있었단다.

흥미로운 시나리오만큼이나 이정재의 필모그래피도 흥미롭다. 잘생긴 외모로 로맨스 작품에 주로 출연을 했었고, 한동안 공백 아닌 공백을 갖기도 했다. 그때는 “남성적인 연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들어올 때까지 고르기만 했다. 현재는 들어온 시나리오 중 좋은 작품을 선택한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작품에 손을 대고 있다.

▲ 이정재는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그 중에서도 이정재는 유독 중간자 역할을 해 왔다. 양쪽 세계에 다 속해 있거나,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는, 키워드가 되는 캐릭터가 많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힘들만도 했다.

“감독이 선택을 해 주기도 하고, 내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성격이나 사람의 마음, 가치관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변화한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게 인간미를 느낀다.”

같은 이유로 ‘대립군’에 끌렸을 수도 있다. 분조를 이끄는 광해와 대립질을 하며 살아가는 대립군이 처음 만났을 때와, 광해와 토우가 마지막 대면을 할 때는 아주 많이 변화된 모습이다. 또 토우는 대립군 소속이긴 하지만, 분조와의 연결 고리가 된다. 그렇게 광해와 분조 일행, 대립군이 점차 하나가 돼 간다. “토우는 분조 일행과 대립군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다.

‘암살’에서 이정재는 왕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캐릭터였고, ‘대립군’에서는 섬길만한 왕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런 이정재가 생각하는 왕의 상은 어떨까. “사람들마다 다른 눈높이를 지녔는데, 그 높이를 잘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토우는 좋은 지도자였을까.

“토우는 대립군의 인솔자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라고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지도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백성들이 얼마나 조력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광해가 물어 들어올 수 있게 도와주는 신이 있다.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토우가 직접 보여준다. 그런 메시지가 투박해 보이긴 하지만 토우만의 방식이다. 몸으로 보여주는, 서로 교감하고 느끼는 방식을 선호하는 느낌이 들었다.”

▲ 사람에 따른 눈높이를 잘 맞추는 지도자에 대해 이야기 한 이정재.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마지막으로 이정재는 ‘대립군’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모든 작품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로, ‘대립군’ 역시 아쉬움이 있긴 했다. 그래도 ‘대립군’이 가진 힘이 있다. “에너지를 가진 분들은 충분히 재미있게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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