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은 북미에서 유명한 스포츠클럽이다. 특히 이곳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훈련지로도 알려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27)도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준비할 때 이곳에서 땀을 흘렸다.

현재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들 가운데 이곳에서 훈련한 이는 차준환(16, 휘문고)과 유영(13, 과천중)이다. 차준환은 2015년 3월부터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훈련했다. 이곳에서 김연아의 전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56, 캐나다)의 지도를 받은 그는 부쩍 성장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6~2017 시즌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두 번 우승했고 파이널에서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사상 처음 동메달을 땄다. 지난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랐다.

유영은 2016년 1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 11살의 나이로 우승했다. 김연아가 2003년 이 대회에서 세운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살 6개월) 기록을 깬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하며 5위에 그쳤다. 강한 자극을 받은 그는 새로운 훈련지로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을 선택했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힌 유영은 주니어 시즌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 차준환(왼쪽)과 유영 ⓒ 인천국제공항, 스포티비뉴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What a wonderful world' 꿈꾸는 차준환

차준환에게 오는 2017~2018 시즌은 중요하다. 지난 시즌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한 그는 올해부터 시니어 무대에 도전한다. 차준환은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1차 선발전에 출전한다. 올림픽 선발전은 총 3차에 걸쳐 진행된다. 여자 싱글의 경우 최종 올림픽 출전자 2명은 내년 초에 결정된다.

반면 남자 싱글은 다르다. 이번 선발전에서 1위를 한 선수는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네벨혼 트로피에 나갈 자격을 얻는다. 이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어야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 무대에 선다.

3개월간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구슬땀을 흘린 차준환은 선발전 출전을 위해 23일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선발전을 앞두고 새 프로그램 연습을 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깨끗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차준환은 주니어 시즌을 치르는 동안,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이 시설이 좋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훈련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점프 전문가인 지슬란 브라이어드는 차준환의 점프를 가다듬는다. 또한 안무와 스케이팅 그리고 스핀 전문 코치도 따로 있어서 이들의 조언을 듣고 훈련한다. 메인 코치인 오서는 프로그램의 전체를 담당하고 점프와 자세 등도 가르친다.

점프와 프로그램 완성도 중요하지만 차준환이 가장 강조한 것은 '부상 방지'다.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려면 건강한 몸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차준환은 "새 프로그램 연습과 점프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다"며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훈련하기에 쾌적한 환경에서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인 'What a wonderful world'(쇼트)와 'The Planets'(프리)을 선보인다.

▲ 유영 ⓒ 인천국제공항, 스포티비뉴스

유영 "캐나다 선생님이 연아 언니가 배울 때와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차준환과 같은 장소에서 새 프로그램을 준비한 유영은 ISU 주니어 선발전 출전을 위해 같은 날 귀국했다.

유영은 어린 나이에 한국 여자 싱글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로 출전할 수 있는 국제 대회는 한정됐다. 올해 비로소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그는 지난 4월 토론토로 떠났다. 본격적인 주니어 시즌 데뷔를 앞둔 유영은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의 점프 전문가인 지슬란 브라이어드의 지도를 받았다.

유영은 "지슬란 코치님과 점프를 보완했고 새 프로그램 연습을 했다. 또 여러 가지 점프를 타노(머리 위에 팔을 올리며 뛰는 점프)로 업그레이드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슬란 선생님에게 점프를 배웠는데 허리 등 자세도 잘 잡아주셨고 예전보다 점프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남다른 재능을 지닌 유영은 몇몇 문제점도 있었다. 약간은 어색한 자세 등도 보완할 부분이었다. 이런 점을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보완했고 스케이팅 스킬 훈련에도 집중했다.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의 스케이팅 지도자는 트레이시 윌슨이다. 그는 과거 김연아의 스케이팅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탠 '드림 팀'의 일원이었던 윌슨 코치는 유영의 가능성에 대해 칭찬했다.

유영은 "윌슨 선생님이 저한테 (김)연아 언니가 왔을 때와 똑같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스케이팅 기본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인데 그곳에서 많이 배웠다. 윌슨 선생님은 제가 배우는 과정이 연아 언니와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 유영 ⓒ 곽혜미 기자

우상인 김연아와 비슷하다는 칭찬은 유영에게 큰 힘이 됐다.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 대해 유영은 "유명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분위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링크장이 따뜻해서 좋았고 잘 타는 선수들이 많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차준환이 있었던 점에 대해 유영은 "(차)준환이 오빠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번 선발전은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도 함께 진행된다. 2016~2017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은 총 5명이 출전한다. 이들 가운데 상위 3위 안에 들면 2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유영은 "우선은 3위 안에 들고 싶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새 프로그램을 클린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김연아의 기운을 받고 훈련한 차준환과 유영은 2017~2018 시즌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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