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덕중 기자] 스티븐 제라드가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서 고별전을 치렀다. '리버풀의 심장'이라고 불렸을 만큼 그의 고별전은 각별했고 매우 특별했다.

제라드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14-15시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한 제라드는 교체없이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전반 26분 선제골을 넣은 아담 랄라나가 제라드에게로 뛰어가 품에 안기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날 경기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리버풀은 이날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1-3으로 역전패했다. 마치 제라드의 18년, 아니 35년 축구 인생을 답습한 듯한 경기 내용과 결과였다.

제라드가 프로 데뷔 이전, 그러니까 리버풀 산하 아카데미, 유스팀 출신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뒤 리버풀을 떠날 것이 유력시됐으나 그는 다시 한 번 소속팀과의 의리를 지켰다. 지난 시즌 막판 연승 행진을 벌이며 모처럼 리그 우승의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단 제라드의 리더십이 오롯이 미디어에 노출,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리버풀 팬들이 처절하게 바랐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제라드가 남긴 유산과 가치는 절대 폄훼할 수 없다. 1995년 보스만룰이 유럽축구에 도입된 뒤 한 구단에서만 뛰는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선수들에게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는, 반대로 축구 골수팬들 입장에서 보면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적지않이 배출한 꼴이 됐다. 비단 축구 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순수하게 어렸을 적 꿈을 쫒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제라드는 달랐다. 오롯이 리버풀을 위해 희생했고 헌신했다. 수많은 리버풀 팬들을 위해 끝까지 신의를 지켰다. 이 때문인지 현실에서 보기 힘든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들이 컸던 것 같다. 아쉽게도 동화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제라드 또한 리버풀의 화려했던 옛 영광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봐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리버풀 팬들이 그를 영원히 기억하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제라드는 2015년 현재 세계축구에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사진]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 ⓒ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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