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현-하메드 하다디-허웅(왼쪽부터) ⓒ 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한국이 이란의 베테랑 하메드 하다디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한국은 2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이란과 준결승전에서 81-87로 졌다. 4쿼터이후 판세가 바뀌면서 접전 끝에 경기를 내줬다. 그러나 이란이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는 건 확인했다. 하메드 하다디를 괴롭히는 데 성공했다.  

하다디의 존재감은 컸지만 영원하지는 않았다. 이란은 레바논과 8강전에서 80-70으로 이겼지만 하다디를 40분 내내 뛰게 했다. 조 1위로 조별 라운드를 통과해 한국보다 1경기를 덜 뛰었으나, 직전 경기에서 많은 체력을 소모한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하다디의 존재감에 뒷걸음질 쳤다. 점프볼 이후 한국이 공격권을 갖고 경기를 시작했는데, 골밑으로 공을 투입하지 못하고 겉돌다 득점에 실패했다. 비슷한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 3-15로 끌려가던 1쿼터 종료 약 5분 전, 속공 상황에서 하다디를 의식해 제대로 슛을 시도하지 못한 채 가로채기를 당했다. 곧바로 마샤예키에게 속공 득점을 허용했다.

수비에서는 하다디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을 막지 못했다. 하다디는 골밑이 아닌 밖에서도 경기를 푸는 능력이 출중한 선수인데, 이란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한국 선수들이 따라다니기 바빴다. 하다디는 야투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어시스트로 공격에 기여했다.

2쿼터 이란이 하다디를 빼고 경기에 나서자 한국의 공격이 살아났다. 최준용과 전준범의 3점슛으로 19-30까지 따라붙었다. 3점슛이라는 결과 이전에 공격에서 움직임이 확실히 원활했다. 2쿼터 종료 7분여를 남기고는 하다디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판정에 불필요한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파울을 범했다. 하다디의 동요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체력 부담까지 이중고를 안겼다. 하다디 잡는 '두목 호랑이'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이승현을 붙였다. 하다디의 움직임은 2쿼터 중반 눈에 띄게 둔해졌다. 이승현의 수비를 피해 덩크슛을 시도했으나 공이 림에 맞고 튕겨 나왔다. 하다디는 전반 18분 11초 동안 7개의 야투를 시도해 단 하나도 넣지 못했고, 턴오버는 3개나 저질렀다.

3쿼터에는 오세근과 이정현이 하다디를 앞에 두고도 골밑에서 득점을 올렸다. 1쿼터처럼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한국이 하다디에게 첫 야투를 내준 건 4쿼터 종료 약 4분을 남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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