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4년 전조선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배재고보 선수들 ⓒ대한체육회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본산인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국민생활체육회와 발전적으로 통합해 명실공히 한국 스포츠를 총괄하는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최대 이벤트가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다. 2019년 제100회 대회를 앞두고 오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는 충주시를 중심으로 충청북도 11개 시·군이 힘을 모아 개최하는 제98회 전국체전이 열린다. 전국체전 역사는 곧 한국 스포츠 역사다. 100년 가까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전국체전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본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이 이야기는 프로와 아마추어 장벽이 무너진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생경할 수 있지만 90여 년 전에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다.

1922년 12월 8일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이 처음으로 이 땅을 찾아 전조선군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애초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은 10월 3일 일본에 도착해 경기를 가진 뒤 12월 4일 나가사키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로 가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선체육회 이사 이원용이 고원훈 회장의 양해 아래 체육회 돈 200원을 여비로 받아 도쿄로 가서 요미우리신문사 운동부장의 소개로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 감독인 헌터를 만나 대전료 1,000원과 서울 체재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초청 계약의 윤곽을 잡아 놓고 1주일 만에 돌아왔다.

이원용은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 초청 건을 체육회 이사회에 올렸으나 이사장인 임경재, 이사 박우병 등이 “체육회가 프로 팀을 초청할 수는 없다”고 강력히 반대하는 바람에 초청 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는 아마추어리즘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는 시절이라 아마추어와 프로의 교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 초청 안이 조선체육회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이원용은 바로 체육회 이사직을 사임하고 개인 자격으로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을 초청하기로 결심하고 이중국, 김병대 등의 협조를 얻기로 했다. 이원용은 동일은행 행장 민대식으로부터 500원을 빌려 박석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헌터 감독을 다시 만나 초청 계약을 맺고 내한 일정을 짰다. 이때 동아일보는 안창남 비행사의 고국 방문 비행 행사를 치르느라 재정이 모자라 후원을 할 수가 없어 결국 명목상의 주최는 조선일보가 맡기로 했다.

경기장은 철도국의 호의로 사용료를 물지 않고 용산철도국 운동장을 쓰기로 했고 입장료는 지정석 5원, 1등석 3원, 2등석 2원, 3등석 1원, 학생은 50전으로 그때까지 가장 비싼 요금이었다.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이 20개의 장단타를 날려 전조선군을 23-3으로 완파했다. 대회 총수입 1,700원으로 미국 프로 야구 올스타 팀 출전료, 조선호텔 체재비, 명월관 환영연 비용 등에 사용했고 동일은행에 진 빚 500원은 뒷날 이원용과 박석윤이 갚았다.

조선체육회는 1923년 5월 17일부터 사흘 동안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11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제4회 전조선야구대회를 열었다. 중학단에는 배재고보, 중앙고보, 휘문고보, 청년학관, 오산학교 등 5개 팀이 출전했다. 청년단에는 대구청년회, 서울구락부, 세브란스의학전문, 중앙체육단, 경성의학전문, 배재청년단 등 6개 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참가 팀으로부터 참가금 10원씩을 받고 일반인 30전, 학생 10전의 입장권을 견지동 삼광사에서 예매했다.

중학단 결승에서는 휘문고보가 오산학교를 누르고 우승했다. 그러나 청년단 결승에서 중앙체육단이 대구청년회를 17-1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선체육회가 주최하는 제3회 전조선정구대회는 1923년 10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휘문고보 운동장에서 열렸다. 마침 한반도 전역에 걸쳐 소년들의 스포츠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있던 때라 이 대회부터 소년부인 소학단이 신설됐다. 새로 마련된 소학단에는 선천공립보통학교, 보성초등학교, 진남포제1공립보통학교, 인천공립보통학교, 개성 사립 제1송도와 사립 제2송도 두 학교 등 모두 6개 팀이 나왔다.

중학단에는 휘문고보, 배재고보, 양정고보, 송도고보, 광성학교, 평양 광성 등 6개 팀이 출전했다. 청년단에는 2연속 우승의 강자 금강정구단을 비롯해 보성전문, 함흥체육회, 연희전문, 순천지방청년회, 휘문강습, 전휘문, 법학전문, 평양 숭실전문, 원산청년회 등 11개 팀이 출전했다.

소학단 결승에서는 선천공립보통학교가 보성초등학교를 누르고 우승했으며 중학단 결승에서는 휘문고보가 양정고보를 꺾고 패권을 안았다. 청년단은 금강구락부가 3연속 우승을 이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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