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체티노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왜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했을까.

토트넘은 17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스완지 시티와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했지만, 평소와 달리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 FA컵 준결승 첼시와 경기에서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한 바 있다. 당시 손흥민의 왼쪽 윙백 배치라는 '변칙'은 실패로 돌아갔다. 경기에서 2-4로 패한 데다가, 손흥민도 평소 경기력에 미치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공격수인 손흥민의 수비 능력은 일반적인 윙백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윙백' 손흥민의 위협적인 공격력이 부각됐다. 토트넘이 상대한 팀의 수준 차이가 곧 '윙백' 손흥민을 무섭게 만들었다. 첼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한 강팀이다. 손흥민은 당시 빅터 모제스를 상대했다. 공격력이나 신체 능력에서 손흥민 못지 않게 위협적인 선수다.

반대로 스완지는 토트넘이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할 팀이다. 스완지는 지난 시즌 가까스로 프리미어리그에 생존했고, 현재 순위도 14위까지 밀려 있는 중위권 팀이다. 토트넘은 역대 전적에서도 10승 2무를 거둬 스완지엔 늘 강했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 삼각편대를 두고도 측면 공격을 강화하려기 위한 선택이었다. 스리백을 주전술로 사용하고 있는 스완지에 맞서 측면 공격을 강화하면서 좌우 간격을 벌리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다. 주로 수비 지역보다 공격 지역에 머물렀다. 오른쪽 윙백으로 배치된 키어런 트리피어가 주로 수비를 펼친 것과 비교하면 좌우의 공수 밸런스가 다른 '비대칭 전술'이었다. 손흥민이 전술적 핵심이었다.

전진한 손흥민의 뒤를 얀 베르통언과 에릭 다이어가 자주 커버하도록 한 것도 주효했다. 손흥민은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무게를 둘 수 있었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무사 시소코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슛을 날렸고, 전반 18분 델레 알리와 2대1 패스로 수비를 허문 뒤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발에 정확히 맞지 않았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왼쪽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게 움직였다. 전반 37분 오른쪽까지 이동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강하게 수비와 골키퍼 사이를 노려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해리 케인에게 닿기 전에 페데리코 페르난데스가 먼저 걷어냈다. 자책골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고군분투' 손흥민(오른쪽).

지난 14일 도르트문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던 손흥민의 발끝은 매서웠다. 후반전에도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 핵심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을 직접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위치로 변화를 줬다. 과감한 직접 돌파와 슛을 시도했다. 후반 12분 오른발 슈팅 각도를 만든 뒤 빠른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후반 13분엔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뜨리고 들어가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파비안스키 골키퍼가 선방했다. 이어진 케인의 슈팅마저 골대를 때렸다.

과정은 괜찮았지만 결과가 나오질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도 새로운 전술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후반 29분 손흥민을 빼고 전형적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했다. 제공권과 몸싸움이 좋은 요렌테를 활용해 조금 더 단순하고 직접적인 공격을 펼치겠다는 포석이었다. '전술 핵심' 손흥민을 다양하게 활용했음에도 활로가 열리지 않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토트넘도 우승 경쟁을 하려면 중하위권 팀을 이겨야 한다.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윙백 배치'라는 공격력 강화책은 일리가 있는 선택이었다. 다만 골 결정력 부족과 우카시 파비안스키 골키퍼를 비롯한 스완지의 투지 넘치는 수비가 토트넘과 손흥민을 울렸다.


[영상] [EPL] '윙백도 완벽소화' 손흥민 주요장면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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