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문로, 글 한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신태용호는 출범부터 격랑 속에 항해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경기로 치른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을 비긴 이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나, 부진한 경기 속 헹가래 논란을 겪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 선임 논란으로 다시금 흔들렸다.

25일 오전 10시 축구회관 2층. 10월 러시아-모로코와 친선 경기에 나설 2기 명단을 발표하러 온 신태용 감독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털털하고 당찬 성격의 신 감독은, 국가 대표 팀 지휘봉을 잡은 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압박감과 싸우고 있다. 기자회견 내내 그가 쓴 단어에 그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  “나는 사면초가의 입장이다.”

신 감독은 “원래 10월 평가전 이렇게 생각 안 했다”고 했다. 경기 결과 보다는 철저히 선수와 전술을 실험하는 경기로 치르려 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발언한 이후, 신 감독의 입지가 여론에 의해 급격히 흔들렸다. 10월 평가전에서 부진할 경우 비판론이 더 거세질 상황이 됐다.

신 감독도 “히딩크 감독님 때문에 여론에 움직이게 되고, 동요가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향성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 소신 잃지 않고, 목표는 러시아월드컵이고 이번 평가전이 아니기에. (결과에 대한) 생각은 들지만 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끌고 갈 생각이다. 평가전이지만 졌을 때 후폭풍 거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흔들려서 자기가 갖고 있는 주관을 버릴 필요 없다. 대신 단 1%도 방심하지 않는 자세로 하겠다.”

“핑계로 들릴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 평가전은 최대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맞춰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나한테는 사면초가의 입장이다. 경기력도 좋아야 하고, 선수 개개인 성적도 내야 하니 힘들다. 그렇지만 내 머리 안에는 선수들이 어떤 스타일이고 내가 주문한 것 잘 수행하는 지 보려고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 ⓒ연합뉴스


◆  “사실 히딩크 감독님에 대한 여론으로 제가 힘든 부분이 있다.” 

신 감독은 솔직히 히딩크 감독 복귀 논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기간 마음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도움에 사심이 없다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는 개인적으로 히딩크 감독님이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이라고 인정한다. 감독님이 사심없이 도와준다면 단 1%라도 거짓없이, 모든 걸 받아들이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사심없이 도와준다면 저 또한 거기에 사심 없이 다 받아들이고 같이 하겠다. 우리 나라 축구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 러시아 월드컵에 가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다면, 저는 무조건 OK라고 생각한다.”

◆ “난해한 질문이다.”

신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토트넘홋스퍼에서는 쉽게 득점하는 손흥민이 대표팀만 오면 침묵하는 일이 신태용호 1기 일정에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신 감독도 “난해하다”며 해결책 찾기를 생각 중이라고 했다. 결과가 중요했던 지난 일정은 촉박했다고 말한 신 감독은 본선전까지 손흥민 활용법을 찾고,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 (손)흥민이 같은 경우에는 우리 대표팀 경기에서 한 골만 어떻게 토트넘에서 하듯이 넣어주면 영웅이 될 텐데. 꼭 대표팀에서는 좋은 찬스를 못 넣고, 팀에 가서는 좋은 골 넣고 있다. 그런 상황이 문제처럼 보이고 있다. 대표팀에서 경기력과 팀의 경기력은, 선수 구성 자체가 다르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표팀에서 좀 더 손흥민 선수가 잘할 수 있게끔, 이제는 신태용식 축구에 맞출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 지난 두 경기에는 손흥민이 더 활발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오로지 9회 연속 진출 위해 움직였다. 앞으로 소집되면 더 좋은 모습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 “질타와 칭찬을 같이 해달라”

신 감독은 여론의 비판 속에 흔들리는 대표 팀의 분위기는, 선수단의 심리 상태가 감독인 자신 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적인 마음 고생을 푸는 것 보다,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분위기는 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 내가 이 자리에, 월드컵 감독으로 선임된 부분(목적)은, 우리나라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게 최대 목표라고 했다. 그게 성과라고 얘기했는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욕을 먹었다.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이룬 것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이제부터 경기에서, 평가전에서 시합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지막 꼭지를 딸 수 있는 부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과정 속에 좋은 때와 나쁜 때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힘을 줘야 나아갈 수 있다. 무조건적인 질타는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다. 질타와 칭찬 같이 해줘야 선수들이 앞으로 10월, 11월, 12월 대회에서 더 열심히 운동장 안에서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다. 이번 10월부터라도,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상대보다 한 발 더 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잘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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