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드리블 돌파는 '템포'를 살리기 위한 좋은 선택이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팀이 지난 시즌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이른 판단인가?) 아직 이르다. 전반전 30분은 경쟁하기에 너무 느렸다. 우리는 경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하위권들도 만만치 않다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16골을 터뜨린 괴력의 팀이 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다. 맨시티는 23일(한국 시간)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도 5-0으로 완승했다. 그러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느리다"는 말로 아직 경기력에 만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르로이 사네가 전반 종료 직전 선제골을 터뜨렸는데도, 전반전 종료께 의자를 걷어차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의자가 맘에 들지 않았다"며 재치있게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전반전 경기력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공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전반전엔 공은 선수들의 발밑에 있었다. 그것은 좋지 않다"는 발언에서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팰리스가 수비적 운영을 펼치자 맨시티는 좌우로 크게 공을 돌리면서 공격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맨시티는 전반전 중반 불필요한 터치로 공격 템포를 떨어뜨리면서 의미 없이 후방에서 공을 돌렸다. 방향 전환을 하는 이유는 빈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속도가 생명이다. 빠르게 방향 전환하지 않으면 다시 수비 조직을 갖추고 항전 태세를 갖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 뒤 인터뷰 내내 '느린 속도(slow pace)'를 지적한 이유다.

"존 스톤스가 니콜라스 오타멘디에게 패스하기 전 3번의 패스가 있었다. 카일 워커에서 스톤스로 가는 패스 전에도 터치가 3번 있었다. 공수 전환, 리듬 모두 느려지고 역습을 허용할 것을 감수해야 한다."

팰리스전 이후 과르디올라 감독의 불만은 지난 시즌과 같은 실패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 수비가 공을 쫓다보면 형태가 무너지게 돼 있다. 맨시티는 이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두 줄 수비'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 최종 수비 뒤 공간 등 위협적인 위치에서 공을 잡으려면 직접 공을 잡고 움직이는 것보단 최소한의 터치로 공의 흐름을 살려야 한다.

"(맨시티는) 한 번의 세트피스, 한 번의 역습을 기다리는 팀이 아니다. 아무 것도 공보다 빠를 순 없다."

'우승 청부사'라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맨시티는 2016-17 시즌 3위를 기록했다. 선두 첼시와 무려 승점 15점이 차이 났다.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섰던 첼시(2패)에 약했고, 전방 압박 전술을 펼친 토트넘, 리버풀(이상 1무 1패)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 와중에 레스터시티(15라운드)에 2-4, 에버턴(21라운드)에 0-4로 대패했다. 큰 틀에서 부진했던 경기에서 공통점이 있다. 촘촘한 수비 전술을 제대로 깨지 못하다가, 역습에 무너지는 패턴을 보였다.

[영상 분석: 02:53~03:45] 맨시티의 공격에 활기를 돌 때는 원터치 또는 투터치에 결정적인 패스가 시도될 때였다. 간결한 터치로 공격 흐름을 살리는 것은 두 명의 '축구 도사'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 브라위너였다. 2번째 득점 장면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공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브라위너는 왼쪽에서 넘겨 받은 패스를 컨트롤하지 않고 원터치로 사네에게 패스했다. 미묘한 그 '반 박자'가 사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사네 역시 2번째 터치로 반대로 전환시키면서 팰리스 수비수들이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영상: 01:45~02:46] 첫 번째 득점 장면도 빛난다. 다비드 실바가 공을 받은 뒤 사네는 재빨리 수비 뒤로 침투한다. 원터치로 연결할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발 앞에 짧게 잡아놓고 단번에 수비 뒤를 노리면서 잘 버티던 팰리스 수비진도 무너졌다. 사네의 환상적인 개인 기술이 더해졌다.

"전반전 득점이 터지기 10, 20분 전엔 '그래 됐다'고 느꼈다. 르로이 사네의 골이 도움이 된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템포가 좋았고 인내심도 있었다. 타이밍도 좋았다."

다비드 실바와 더 브라위너의 능력만으로 만든 장면은 아니다. 이 두 선수에게 공이 투입될 때 측면과 중앙에서 끊임없이 위협적인 위치로 수비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 패스는 간결하고, 움직임은 수비수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움직이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강조한 '속도'와 '템포'를 살릴 수 있었다. 실점이 늘면서 팰리스가 수비적 운영을 포기했을 때는 개인 돌파도 가능해졌다.

진짜 시험대는 1주일 후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3위를 달리며 턱밑에서 쫓고 있는 첼시와 맞대결을 펼친다. 첼시도 시즌 개막전에서 번리에 2-3으로 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이후 5경기 가운데 3경기를 클린시트로 마쳤다. 팰리스전에서도 전반전에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단순한 역습에 위기를 여러 차례 맞았다.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첼시는 맨시티가 진짜로 강해진 것인지 살펴볼 절호의 기회다.

▲ "잘하고 있어도 더 잘하라고 하고 싶은 것이 지도자의 마음" 과르디올라 감독(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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