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축구 대표 팀은 그동안 경기에 못 나오고 있는 선수는 뽑지 않는다는 선발 원칙을 유지해 왔다. 상황에 따라 예외적 선발도 있었지만, 감각이 떨어진 선수가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왔다. 신태용 축구 국가 대표 팀 감독은 25일 10월 러시아-모로코와 경기할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2기 명단을 발표했다.
전원 해외파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심이 더 깊었던 명단이다. 신 감독은 8월과 9월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일정을 위해 K리그 소속 선수를 조기 소집했다. K리그는 이를 위해 한 라운드를 통째로 연기하는 도움을 줬다. 당시 신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대표 팀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10월 평가전은 K리그 선수를 소집에서 제외한다는 약속을 했다.
신 감독은 “해외파로만 소집하다 보니 포지션마다 선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주전 공격수로 여긴 황희찬(레드불잘츠부르크)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신태용 감독은 제한된 상황에서 23명의 엔트리를 구성한 선발 원칙을 설명했다.
◆ 경기 못 뛰는 선수…지동원 있고 석현준-이승우 없는 이유
공격진 구성이 어렵다고 한 신태용 감독은 포워드 자리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뽑았다. 지동원은 A매치 45경기 10골을 기록한 대표 팀의 베테랑이다. 황의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부름을 받아 9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다. 황의조는 J리그로 이적해 꾸준히 경기하며 골 맛을 보고 있지만, 지동원은 2017-18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신 감독은 이날 풀백 포지션의 요원이 부족하다고 했으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1군 구상에서 제외한 박주호를 뽑지 않았다. 지동원만 뽑힌 이유에 대해 설명이 따랐다.
“지동원, 구자철, 박주호 때문에 차두리 코치를 독일까지 파견해서 만나 보고 얘기를 나눴다. 지동원은 몸은 좋은데 감독이 경기 출전 시키지 않고 있다. 자기도 대표 팀에 가서 같이하고 싶은 열망이 높다. 이번 기회에 그런 열망을 갖고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겠다.) 경기에 못 나가지만 지금 스트라이커 풀을 보면 황희찬이 부상했고, 석현준이 출전을 못하고 있다. 뽑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지동원은 경기에 못 나가지만 꼭 써 보고 싶다. 우리가 러시아 월드컵에도 뽑을 수 있는 선수인지 아닌지 테스트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뽑았다.”
신 감독은 지동원이 자신의 축구에 맞는 선수인지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이제 막 트루아에 입단한 석현준과 비교하면, 아우크스부르크 생활이 오래됐고, 몸 상태까지 직접 체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예외적으로 지동원은 선발했다.
◆ 팀을 옮긴 선수에겐 소속 팀 적응이 더 중요하다
소집 공문이 발송된 것으로 알려진 이승우(19, 엘라스 베로나)에 대해서도 이제 막 팀을 옮긴 것이 소집하지 않은 이유가 됐다. 그 외에 신 감독이 2017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에서 함께한 세 명의 젊은 유럽파는 올여름 팀을 바꾼 상황이다.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 이런 선수들이 팀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젊고 어리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승우 같은 경우, 사실 소집 명단이 2주 전에 나가야 하는데 그전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보니 지켜봐야 할 내용이 있었다. 그 세 선수는 20세 월드컵에서 생활해 봐서 머릿속에 갖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소집 및 자신의 지휘 하에) 쓰지 못한 선수들을 더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할 가능성, 장래성이 있는 선수이니 항상 지켜보고 있다. 코칭스태프를 풀 가동하고 있고, 기회가 되면 뽑아 올려서 쓸 준비하고 있다.”
◆ 박주호 안 뽑은 풀백 라인, 멀티 요원으로 해결
박주호를 경기 감각 문제로 소집하지 않은 신 감독은 부족한 풀백 요원이지만, 두 자리를 다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선발돼 러시아-모로코전을 치르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재석 임창우는 왼쪽 오른쪽 다 뛸 수 있다. 세 명의 선수로 이번 평가전을 준비해야 한다. 여러모로 조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곳이 있지만 이번 10월 유럽 원정을 잘할 수 있게끔 준비 잘하겠다.”
신태용호 2기의 풀백은 라이트백이 주 포지션인 오재석(27, 감바 오사카)과 임창우(25, 알 와흐다), 레프트백이 주 포지션인 윤석영(27, 가시와 레이솔) 등 세 명이다. 오재석과 임창우가 레프트백 자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경기 일정을 치르기에 부상 등 변수가 없다면 문제는 없다.
더불어 신 감독은 “풀백 선수가 부족한 점은 포메이션을 바꿔 가면서 선수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스리백을 가동해 윙백 자리를 미드필더 선수로 배치해 대체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
◆ 8-9월에 뛰지 못한 기성용, 이번에도 뽑은 이유는?
기성용은 무릎 수술 이후 재활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태용호 1기에 명단에 들었다. 2기 명단에도 아직 스완지시티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뽑혔다.
신 감독은 “저번에는 사실 선수들이 열 몇 명이나 바뀌는 상황이라 기성용이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중심을 잡아 줄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8, 9월 당시에는 출전 현실성이 없었던 것을 인정했다.
“이번엔 아니다.” 신 감독은 10월 A매치에는 기성용을 똑같이 경기에 나설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에서 훈련을 100% 하고 있고 2군 경기도 나선다고 들었다. 실전 감각을 올리기 위해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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