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 시즌은 90점? 후하게 주고 싶다. 잘했든 못했든 올해 고생했다는 의미, 또 올 시즌 끝까지 잘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보냈다. 유희관(32, 두산 베어스)은 올해 29경기 11승 6패 188⅓이닝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했다. 5년 연속 10승 기록을 이어 갔고, 2015년 189⅔이닝에 이어 올해 2번째로 긴 이닝을 버텼다. 몸이 아파 로테이션을 거른 적도 없었다. 

90점에 붙은 '후하다'는 수식어는 마음고생을 대변한 단어 같았다. 6월과 8월은 유희관에게 힘든 두 달이었다. 6월 6경기 2승 36⅓이닝 평균자책점 7.68, 8월 5경기 1승 3패 28이닝 평균자책점 6.43에 그쳤다.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8승에 멈춰있던 한 달은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한용덕 두산 수석 코치가 "요즘 폐인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흔들렸다.

유희관은 "스트레스는 모든 운동 선수들이 받는다. 팀이 한창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내가 선발투수로 팀에 도움이 안 되고 계속 지니까. 민폐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는 게 우선이었다. 유희관은 "도망가는 투구를 많이 해서 결과가 안 좋았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야구를 돌이켜 볼 수 시간을 보냈다. 한 경기, 1승, 그리고 팬들 응원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또 그동안 대단한 활약은 못했지만, 해온 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쉽게 물러나면 안 된다고 다짐하고 마음을 비운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9월 들어 안정감을 찾았다. 5경기 3승 1패 31⅓이닝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하며 기어코 10승을 채웠다. 유희관은 "10승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팀 성적이 우선이지만, 연속 기록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꼭 이루고 싶었다. 시즌 막바지에 달성해서 더 좋았다. 지난해 15승, 재작년 18승 할 때보다 더 기억에 남는 11승이 될 거 같다"고 했다.

▲ 유희관 ⓒ 곽혜미 기자
10승을 떠나서 가을 야구를 앞두고 페이스를 되찾은 데 감사했다. 유희관은 "막판에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고, 분위기도 좋아서 포스트시즌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맞이할 거 같다. 안 좋은 흐름으로 가을을 맞이했으면 나와 팀 모두 걱정했을 텐데 홀가분하다"며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유희관은 올해를 맞이하면서 '은퇴하기 전까지 한 시즌 200이닝을 채워보자'고 다짐했다. '느린 공' 투수가 구속 대신 뛰어 넘고 싶은 한계치를 찾은 느낌이었다. 유희관은 "올해는 200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런 목표 의식이 생겨야 내가 더 노력할 수 있다. 200이닝은 모든 투수들의 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두산은 1일 현재 83승 3무 56패로 2위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 1.5경기 차다. 두산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KIA가 남은 3경기에서 2패 이상을 떠안아야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 두산은 1위 가능성이 작은 만큼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시리즈 3년 연속 우승 도전에 집중할 예정이다. 유희관은 오는 3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희관은 포스트시즌 각오를 묻자 "재작년, 지난해 우승했으니까우승만이 목표다. 시즌 끝까지 순위와 상관 없이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준비 잘하고 잘 마무리해서 팬들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며 "무조건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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