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호하는 두산 베어스 팬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후반기 상승세를 타면서 팀 분위기는 뜨거워졌고, 선수들 사이에는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

두산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시즌 최종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두산은 84승 3무 57패 2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13경기 차 역전 1위라는 새 역사를 쓰진 못했지만 '자신감'이라는 큰 소득을 얻었다.

시작은 암담했다. 두산은 전반기 42승 1무 39패 승률 0.519 5위로 마감했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 승차는 13경기였다. KBO 리그 역대 기록을 살펴봐도 13경기 차가 뒤집힌 사례는 없었다. 2002년 전반기 선두 KIA가 삼성에 역전 1위를 허용했을 때 전반기 두 팀 승차가 6경기로 가장 컸다. 전반기 5위가 1위로 올라선 사례도 없었다. 

후반기부터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 나갔다. 두산은 2일까지 후반기 61경기에서 42승 2무 17패 승률 0.712를 기록하며 승률 1위를 질주했다. 그사이 KIA는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후반기 58경기 29승 1무 28패 승률 0.509에 그치며 두산의 추격을 허용했다. 13경기 앞서 있던 팀의 여유는 없었다. KIA는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 2위와 상관 없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힘들 때마다 선수들이 요소 요소에서 자기 몫을 다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라며 올 한 해를 되돌아봤다.

김 감독은 늘 "부상이 변수"라고 이야기했다. 총력전을 펼치고 싶어도 주축 선수들이 다치면 감독으로서 난감할 수밖에 없다. 올해 그 '변수'가 속출했다. 투수 보우덴, 유격수 김재호, 포수 양의지, 외야수 민병헌 등 핵심 전력들이 큰 부상으로 4주 이상 이탈했다. 보우덴은 전반기를 거의 통째로 날렸다. 

고비마다 빈자리를 채워주는 선수들이 나타났다. 투수 함덕주 김강률, 유격수 류지혁, 포수 박세혁, 외야수 정진호 등이 기량을 발휘하면서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잊게 했다. 2루수 최주환은 오재원이 긴 슬럼프에 빠진 동안 공수에서 큰 힘이 됐다.

숱한 위기를 견디면서 선수들 사이에 강한 믿음이 생겼다. 민병헌은 "올 시즌 힘든 걸 다 경험해서 자신감이 생긴 상태다. 그 자신감을 쭉 갖고 가면 괜찮을 거 같다. 경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큰 경기를 하면 보통 긴장을 많이 하고 자기 플레이가 잘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2, 3번씩 다들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장점이 될 거 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유희관 역시 "우리는 1위 하자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2위로 올라가도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있고, 우리는 우승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고비마다 견디고 일어선 좋은 기억을 안고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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