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엘 쿠쿠이(꿈속의 괴물)' 토니 퍼거슨(33, 미국)이 UFC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에 올랐다.

8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16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에서 케빈 리(25, 미국)를 3라운드 4분 2초에 트라이앵글초크로 잡았다.

퍼거슨은 10연승을 달리고 자신이 진짜 챔피언이라고 주장하듯 펜스에 올라가 환호했다.

라이트급 정식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는 지난해 11월 에디 알바레즈에게 이기고 타이틀을 차지한 뒤, 아직 방어전을 한 차례도 치르지 않았다.

맥그리거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명분에선 잠정 챔피언에 오른 퍼거슨과 반드시 통합 타이틀전을 펼쳐야 한다.

퍼거슨은 번쩍이는 벨트를 허리에 감고 F로 시작하는 욕설을 섞으며 "맥그리거 어디 있는가?"라고 소리쳤다.

퍼거슨은 자신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미래의 종합격투기'라고 자평한다.

불안한 장면도 몇 차례 나왔지만, "톱포지션을 내주면 필패"라는 종합격투기 패러다임에 반기를 들었다. 자신의 체력과 맷집을 믿고 어떤 자세에서도 승리를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

경기 초반, 퍼거슨은 자세를 좌우로 바꾸고 로킥을 차며 변칙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리는 오소독스에서 펀치를 앞세워 정석적으로 맞섰다.

1라운드는 리가 잡았다. 테이크다운에 성공하고 풀마운트를 탔다. 강력한 파운딩 세례를 퍼부었다. 그라운드에서는 퍼거슨보다 리가 더 견고해 보였다.

곧 반격이 이어졌다. 2라운드에서 퍼거슨이 로킥을 자제하고 왼손 잽으로 거리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잽이 계속 들어오니, 리는 선공보다는 받아치기로 대응했다. 회심의 테이크다운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리가 3라운드 테이크다운에 성공했으나 더 많이 움직인 건 가드포지션의 퍼거슨이었다. 퍼거슨은 움직임이 줄어든 리의 머리를 밑에서 팔꿈치로 찍었다.

수세에 몰리고 숨이 거칠어진 리가 가드에서 올라오는 서브미션 기술에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암바는 겨우 빠져나왔지만, 곧 트라이앵글초크를 잡혀 탭을 쳤다.

퍼거슨은 22승 3패 전적을 쌓았다. 리는 세 번째 패배(16승)를 당하고 "최근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고생했다. 하지만 핑계 댈 마음은 없다. 가드에서 퍼거슨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플라이급 타이틀전] 게임에서 나오는 기술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31, 미국)이 게임에서 나올 법한 기술로 UFC 역사를 새로 썼다.

5라운드 수플렉스로 도전자 레이 보그(24, 미국)를 들어 붕 띄운 뒤 공중에서 암바를 잡았다. 보그가 고통을 참으며 겨우 버텼지만, 결국 탭을 치고 말았다. 5라운드 3분 15초 만에 서브미션 승.

존슨은 경기 후 "체육관에서 많이 연습하던 수플렉스-암바"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존슨은 경기 내내 여유로웠다. 그나마 그라운드에서 자신감을 보이던 보그를 서서히 잠식해 갔다. 보그가 할 수 있는 걸 다 지켜보고 길목을 차단했다. 손오공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부처님 같았다.

존슨은 UFC 역사에서 최초로 타이틀을 11번 연속으로 방어한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다. 전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와 10차 타이틀 방어 타이기록을 세우고 있었지만 이번 승리로 실바를 따돌려 현시점 '파운드 포 파운드' 랭킹 1위의 위엄을 자랑했다.

존슨은 2012년 UFC 플라이급이 신설된 뒤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3승 1무(총 전적 27승 1무 2패) 전적을 세웠다.

존슨은 타이틀 15차 방어까지도 못할 것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엔 파이트머니 조건만 맞는다면 밴텀급 경기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5일 UFC 217에서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맞붙는 챔피언 코디 가브란트와 도전자 TJ 딜라쇼 모두 플라이급 도전에 의욕을 보이는 중이다. 존슨의 무패 행진을 막을 대항마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보그는 한계를 절감한 끝에 세 번째 쓴잔(11승)을 마셨다. 압도적인 패배의 충격에서 어떻게 빠져나와 일어서느냐가 젊은 강자가 앞에 둔 최대 과제다.

[헤비급] 재확인한 베우둠 클래스

클래스 차이가 확실했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파브리시우 베우둠(40, 브라질)이 데릭 루이스의 대체 선수로 나선 월트 해리스(34, 미국)를 손쉽게 잡았다.

주짓수 고수 베우둠은 원레그 테이크다운으로 해리스를 그라운드로 끌어내렸다. 그다음 백포지션에서 리어네이키드초크를 시도했다.

해리스가 이를 빠져나오려고 몸을 틀자, 베우둠은 기다렸다는 듯 암바로 전환해 해리스의 팔을 바깥쪽으로 쭉 폈다. 기술이 들어가자마자 해리스는 탭을 여러 번 쳤다. 1라운드 1분 5초 만이었다.

베우둠은 원래 루이스와 붙을 예정이었다. 문제는 루이스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었다. 경기 당일 아침 루이스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파 출전이 힘들어졌다.

루이스는 지난 6월 UFC 파이트 나이트 110에서 마크 헌트에게 4라운드 TKO로 지고 깜짝 은퇴를 선언할 때도 "고질적인 허리 부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우둠은 22번째 승리(1무 7패)를 차지하고 활짝 웃었다. 지난 7월 UFC 213에서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 판정패했지만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베우둠은 2002년부터 한 번도 연이어 진 적이 없다.

해리스는 2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전 챔피언의 기술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전적 10승 6패가 됐다.

[여성 플라이급] 첫 여성 이탈리아 파이터의 업셋

페이지 밴잰트의 부상으로 제시카 아이와 여성 플라이급 경기가 취소됐다. 지난달 26일 옥타곤 새내기들인 안드레아 리와 칼린드라 파리아의 경기가 성사됐다.

그런데 리에게 과거 약물검사 이뇨제 양성반응 전력이 있었다. 리는 미국반도핑기구의 6개월 검사를 거쳐야 하는 상태였다. 약 10일 전, 리의 대체 선수로 마라 로메로 보렐라(31, 이탈리아)가 급하게 들어왔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보렐라가 언더독. 그러나 예상을 깨고 업셋의 주인공이 됐다. 톱 독 칼린드라 파리아(31, 브라질)를 1라운드 2분 54초 만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잡았다.

물 흐르듯, 테이크다운→가드 패스→마운트→백마운트→초크 공식으로 파리아에게 탭을 받아 옥타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6연승을 달렸다. 총 전적 12승 4패 1무효가 됐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제대로 펀치 한 번 뻗어 보지 못하고 승리를 헌납한 파리아는 3연승이 끊기고 18승 1무 6패 전적이 됐다.

보렐라는 UFC에서 활동하는 첫 이탈리아 여성 파이터다. 대체 선수로 기회를 잡아 승리의 축배까지 들더니 "앞으로도 계속 UFC에서 활약하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라이트급] 던햄 "라스베이거스, 힘내자"

UFC 라이트급 랭킹 12위 베닐 다리우시(28, 미국)는 지난 3월 에드손 바르보자에게 뼈아픈 KO패를 허용했다. 자세를 스위치하면서 타이밍 태클로 흐름을 이끌다가, 기회를 엿보던 바르보자의 플라잉니를 맞고 쓰러졌다.

다리우시가 같은 사우스포인 랭킹 14위 에반 던햄(35, 미국)을 맞아 선택한 작전은 전진 압박. 펀치를 앞세워 사이드 스텝을 밟는 던햄을 펜스로 몰았다. 클린치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꽂아 충격을 주고, 쓰러진 던햄에게 파운딩을 내리꽂았다. 터프한 던햄이 아니었다면 꺾일 만한 강공이었다.

하지만 던햄은 기세가 살아 있었다. 최근 총기 난사 사고로 슬퍼하는 라스베이거스 이웃들에게 승리를 안기기 위해 버텼고, 흐름을 뒤집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2라운드 다리우시의 허리를 싸잡고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다리우시가 마음껏 전진하지 못하도록 하고 클린치와 타격을 섞어 반격했다.

3라운드 중반 이후, 던햄은 오히려 전진 기어를 넣었다. 다리우시에게 발을 바닥에 붙이고 난타전을 해 보자고 손짓했다. 그럴 마음이 없는 다리우스에게 펀치 연타를 뻗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결과는 무승부(다리우시 29-28,28-28,28-28). 바르보자 전과 마찬가지로, 초반 우세를 중후반까지 이어 가지 못한 다리우시에겐 아까운 경기 내용이었다. 다리우시의 전적은 14승 1무 3패가 됐다.

던햄은 4연승을 이어 가지 못하고 18승 1무 6패가 됐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주저앉지 않는다.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관중들을 다독였다. 던햄은 오리건 주에서 태어나 자랐고,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주하며 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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