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니다드토바고에 1-2로 패해 월드컵 본선이 좌절된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건 오늘 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의 문제도 아니고 브루스 어리나의 문제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미국 축구가 준비되지 않았다.”

미국 국가 대표 선수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30차례 A매치에 출전해 6골을 기록한 테일러 트웰만(37)이 미국 스포츠 방송 ESPN에 출연해 미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을 진단했다.

선수 시절 2007년 북중미 골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에서 2005년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던 스타 선수 출신 트웰만은, 자신의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중미 예선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끄는 등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대표 팀의 황금기를 이끈 브루스 어리나 감독을 복귀시켰으나 끝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밤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원정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 본선 직행이 가능했으나 1-2로 졌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미 북중미 최종예선 최하위가 확정된 팀이었다. 미국전 이전까지 1승 8패를 기록 중이던 약체다. 

충격의 탈락 이후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트웰만은 “소셜 미디어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장 말하고 싶은 것은, 위르겐 클린스만의 잘못이야. 브루스 어리나의 잘못이야. 수닐 굴라티(미국축구협회 회장)의 잘못이야. 이런 얘기들”이라며 “그런데, 나도 이전 대표 선수로서, 개별 선수 한 명 한 명이 악몽 같았다”는 말로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했던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 짚었다.

“미국 대표팀은 이 조에서 플레이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명심하라. 지난 두 번의 올림픽 축구? 미국은 없었다. 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뛰어봤어야 했다. 24세부터 28세에 이르는 나이 대 선수들이다. 그들 중 몇 명의 선수가 로스터에 들어있나? 선수들도 충분히 좋아질 필요가 있다.”  

트웰만의 지적대로 트리니나드토바고전에 소집된 23명의 엔트리에는 24세부터 28세에 해당하는 전성기 연령의 선수가 5명(보비 우드, 조지 알티도어, 달링턴 나베, 데안드레 예들린, 호르헤 빌라파냐) 뿐이다. 30대에 접어든 노장 선수, 아직 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어린 선수가 다수다. 

▲ ESPN에 출연해 솔직하게 미국 축구를 지적한 전 대표 선수 트웰만

트웰만은 우수한 젊은 선수를 육성하지 못한 미국 축구의 현실이 지금의 재앙을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간 독일축구협회와 독일프로축구 1,2부리그가 협조해 선수 육성에 매진한 독일의 월드컵 우승 사례를 들며 장기 계획과 선수 육성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트웰만은 “미국프로축구와 미국 축구 전체에 앞으로 계속해서 완전히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가 가져올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미국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개최해 16강에 올랐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8강에 든 이후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에 나서왔다. 그 동안 미국축구는 꾸준한 실력을 보이며 ‘축구 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신흥 강국으로 평가 받았다.

“비기지도 못하나? 트리니다드와 경기에서? 우리가 뭐하고 있는거냐? 우리가 뭘 하고 있는거냐?” 트웰만은 방송인 것을 잊은 듯 진행자와 대화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흥분하고 소리치쳤다. 북중미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미국 축구가 퇴보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트웰만의 진단을 지켜본 미국 축구 팬들은 해외 선수 영입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운영 기조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프로축구도 유럽의 유소년 아카데미 시스템을 도입하고, 승강제 실시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좌절이 미국 축구 시스템에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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