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패. 신태용호가 원정에서 많이도 잃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먼 길 떠나 별 소득 없이 많은 것을 잃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나선 신태용호 2기. 본격적인 첫 시험대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했다. 7실점, 변명의 여지가 없는 2패다.

초라한 성적이다. 자존심 회복을 다짐하며 유럽 원정 비행기에 올랐지만 7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에 2-4로, 10일 모로코에 1-3으로 졌다. 러시아는 유럽 내에서도 '경쟁력 부족'을 지적받고 있는 팀이고 며칠전 아프리카 예선을 치른 모로코는 사실상 2군 격이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높은 벽이었다. 위기에 몰려 있던 한국 축구는 세계의 벽과 씨름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 또 하나의 플랜이 될 수 도 있었던 '변형 스리백 카드'

이번 유럽 원정의 전술 키워드는 '변형 스리백'이었다. 앞서 조기 소집에 응해준 K리그를 배려해 신태용호 2기를 '전원 해외파'로 꾸리면서 선택이 불가피했다. 대표팀은 풀백 자원 부족을 안고 떠났다. 여기에 윤석영까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전문 풀백 자원은 오재석과 임창우 밖게 남지 않는 상황이 됐다. 신태용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3-4-3을 기본으로 4-1-4-1로 변형할 수 있는 변형 스리백이 주요 골자다.

러시아를 상대해서는 미약하나마 희망도 봤다. 세트피스 수비에 결정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등 일순간에 무너진 게 컸지만 처음 시도하는 스리백 치고는 전반전 경기력이 '불합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후 연합뉴스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경기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결국 결정력에서 밀렸다. 첫 실험치고 잘했다"고 평했다.

곧바로 이어진 또 한 번의 점검 기회. 모로코전에서는 스리백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 없었다. 전환이 느리고 중원을 두텁게 서는 러시아를 상대해서는 그나마 버텨줬던 변형 스리백은 빠른 측면을 자랑하는 모로코를 만나 속수 무책으로 흔들렸고, 결국 신태용 감독은 전반 30분도 안돼 교체 카드 3장을 한꺼번에 쓰며 포백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전술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다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기 위해서는 굉장한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카드를 재차 쓰려면 완전한 숙지와 자신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전술적 핵심인 윙백이 일정 수준 이상을 해주지 못한다면 스리백을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낀 모로코전. 본선에서 '강호'들을 만날 신태용호의 중요 전술로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신태용호, 자신감이 새어들 틈이 없다. ⓒ연합뉴스

◆ 그라운드 안, 어쩌면 전부일지 모를 자신감

실패가 계속 될 수록 자신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을 마친 뒤까지만 해도 대표 팀은 여전히 자신을 내비쳤다. 경기력에 대해 만족을 보인 선수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무승부에 이어 유럽 원정 2경기까지 그르치면서 표정이 달라졌다.

러시아전 초반 활발하던 플레이도 경기가 밀리면서 점차 위축됐다. 모로코전은 적극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캡틴' 기성용은 걱정을 해보였다. 모로코전 이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경기 결과가 나쁘게 나온 만큼 선수들이 완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잘 되고 있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기지 못한 게 벌써 6경기 째. 자신감이 새어들 틈이 없다.

◆ '소방수' 신태용을 향한 기대와 믿음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소방수'로 투입된 신태용 감독을 둘러싼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종 예선 2경기, 평가전 2경기 만에 의구심을 커졌고 믿음은 푹 꺼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거취가 안갯속으로 빠졌을 당시 여러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었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감독 선임은 힘들었던 상황. 국내 지도자 가운데 신태용 감독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최종 예선 선수 기용부터 이후 이어진 인터뷰들은 팬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실패와 2017년 U-20 월드컵 실패. 뒤이어 A대표팀을 맡은 뒤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자신을 향한 편견이나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신 감독. 기대가 사라진 자리를 우려가 가득 채우고 있다.

▲ 신태용호의 첫 본격 실험대. 실패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연합뉴스

◆ 한국 축구를 지탱하던 국민적 응원, 그리고 신뢰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축구를 향한 전국민적 응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는 다른 나라과 비교해 보더라도 특별히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유지돼 왔다. 축구 사랑이 나라 사랑이고 곧 '애국심'으로 여겨지곤 했다. K리그에 파리가 날려도 대표 팀 경기엔 늘 관심이 집중됐고, 수 만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력 논란에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관련된 일을 축구협회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신뢰가 급격히 추락했다. 이젠 아예 "상대국을 응원하겠다"는 말까지 들리곤 한다.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리라 점치며 "왜 나가느냐"는 말도 일부 팬들이 서슴지 않고 있다. 신 감독도 이를 언급했다. "이대로라면 '월드컵에 왜 나갔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한 경기에 울고 웃고 하는 게 축구라지만 이 정도로 등을 돌린 건 근래 없었던 일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세울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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