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할 그리스 이번 대회에 없어서 다행이다." 그리스에 패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돌아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두 전설. 피구(왼쪽)와 지단.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칠레는 11일(한국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다. 페루와 같이 승점 26점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뒤지면서 6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좌절되고 말았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월드컵에 가고 싶었던 꿈이 좌절된 아르투로 비달은 그대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버렸다. 2015년과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칠레에 안겼던 비달은 이대로 A대표 경력을 마무리하게 될까. 

앞선 시대를 살았던 스타플레이어들의 '복귀'를 돌이켜보면 다시 칠레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비달의 모습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1. 지네딘 지단(프랑스), 유로2004 직후 은퇴 선언 뒤 복귀해 2006년 독일 월드컵 출전

프랑스 축구의 전설이자, 이제는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에 올라 지도자로서도 명성을 날리는 지단도 프랑스 A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했다. 지단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2000을 연이어 우승해 '아트사커' 프랑스를 전성기로 이끌었다. 유로 2004에서 프랑스는 8강에서 대회 우승 팀 그리스에 0-1로 패한 뒤 은퇴를 선언해버렸다.

프랑스는 빅상트 리자라쥐, 마르셀 드사이, 클로드 마켈렐레, 릴리앙 튀랑 등 지단과 전성기를 이끈 멤버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고전했다. 지단은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의 간곡한 부탁에 대표팀 복귀를 선언한다. 복귀 이후에도 여전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프랑스를 독일 월드컵 결승까지 이끌었다. 영웅의 마지막 마무리로 완벽한 듯했지만, '박치기 사건'으로 지단은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팀도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순 없지만, 일단 선수 생활 끝까지 비범했다. 지단은 복귀한 뒤 프랑스 선수로 4번째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고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하는 등 경사를 맞았다.

2.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유로2004 직후 은퇴 선언 뒤 복귀해 2006년 독일 월드컵 출전

지단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 '우주방위대'를 이뤘던 피구도 은퇴했다가 돌아온 사나이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이름을 날린 피구는 1991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우승하면서 포르투갈의 '황금 세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황금 세대가 주축이 된 2002년에 한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 팬들이 익히 알려졌듯 박지성의 왼발 슛에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포르투갈은 안방에서 열렸던 유로 2004에서 결승전까지 오르면서 기대를 높였지만, 지단을 A대표 은퇴로 이끌었던 그리스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피구도 A 대표팀을 은퇴했다.

피구는 2005년 6월 A 대표팀에 돌아와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부터 맹활약했다. 그리고 독일 월드컵에서 한풀이를 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준결승까지 이끌면서 4년 전 한국에서의 아픔을 씻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자연스럽게 바통을 터치하면서, 포르투갈을 유럽의 강호로 남게 만들었다. A매치에는 127경기에 출전해 32골을 기록했다.

▲ 2006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네드베드. 지단과 피구에 비하면 일찌감치 떨어졌다.

3. 파벨 네드베드(체코), 유로2004 직후 은퇴 선언 뒤 복귀해 2006년 독일 월드컵 출전

2003년 발롱도르 수상자 파벨 네드베드는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별명을 지닌 활동량이 많고 열정적인 미드필더였다. 양발을 두루 잘 써서 크로스와 중앙으로 파고 들며 때리는 슛이 모두 위협적이었다. 네드베드는 유로에서 유난히 뛰어났다. 유로 1996년 체코의 돌풍을 이끌면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유로 2004년에서도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4강에 올려놨다. 그런 그도 유로 2004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에도 은퇴를 선언하게 만든 팀은 바로 그리스다. 지단의 프랑스가 8강, 네드베드의 체코가 4강, 피구의 포르투갈이 결승에서 그리스에 패했다.

네드베드를 돌아오게 한 것은 카렐 브뤼크너 감독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브뤼크너 감독의 설득에 네드베드도 노르웨이와 2006년 독일 월드컵 유럽 지역 플레이오프 노르웨이와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체코는 1,2차전 모두 1-0으로 승리하고 체코슬로바키아가 나눠진 뒤 처음으로 월드컵 출전을 확정했다. 체코는 이탈리아와 가나에 밀려 비록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네드베드가 월드컵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불운의 스타로 남지는 않게 됐으니 복귀는 성공적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 라르손. 16강전에서 독일에 져서 탈락했다. 사실 그는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4. 헨릭 라르손(스웨덴),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은퇴 선언 뒤 복귀해 유로 2004, 2006년 독일 월드컵 출전

'임대의 전설' 라르손도 은퇴를 선언했다가 돌아온 케이스다. 라르손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장 전까지 스웨덴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이자 공격수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스웨덴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16강전에서 '돌풍의 팀' 세네갈에 1-2로 패한 뒤 은퇴를 선택했다.

라르손은 유로 2004를 위해 복귀해 이브라히모비치와 나란히 최전방에서 활약했다. 라르손은 4경기에서 3골을 넣으면서 활약했다. 당시 스웨덴은 8강까지 오르며 저력을 발휘했지만 네덜란드와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라르손은 이번엔 성급하게 은퇴를 선언하지 않고, 2006년 월드컵까지 뛴 뒤 은퇴를 선언했다. 

▲ 흑표범 에토

5. 사뮈엘 에토(카메룬), 2013년 은퇴 선언 뒤 1달 만에 복귀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

'흑표범' 에토는 1달 만에 은퇴를 번복했다. FC바르셀로나, 인터밀란에서 전성기를 보낸 카메룬 그리고 아프리카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에토는 2013년 10월 리비아와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뒤 가정사로 카메룬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들은 폴케르 핑케 감독과 불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에투의 복귀를 종용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까지 활약한 뒤 정말로 대표팀을 은퇴했다.

▲ '과연 이번엔…?' 메시

6.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2016년 은퇴 뒤 복귀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가까이는 메시의 예도 있다. 메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에콰도르를 꺾어 칠레의 탈락에 직접 영향을 줬다. 그런 그를 은퇴시킨 것은 공교롭게도 칠레였다. 2015년 코파 아메리카,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모두 칠레와 맞대결을 펼친 아르헨티나는 준우승에 그쳤다. 메시는 줄곧 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했지만 준우승의 비난은 메시를 향했다. 특히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선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로 나서 실축하고 말았다. 메시는 패배 확정 뒤 "지쳤다"면서 A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메시는 이내 은퇴를 번복하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하늘색-흰색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답답한 경기력 속에서도 일단 아르헨티나를 러시아까지 보내는 데는 성공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는 메시가 이번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은퇴를 번복했던 '선배'들은 모두 나쁘지 않은 결과를 손에 들고 맘 편하게 대표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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